일종의 '배 선박 건조 허가증'
체질개선 위해 기준 강화될 듯
조선업 체질개선 논의에서 빠짐없이 등장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선수금환급보증(RG, Refund Guarantee)입니다.
RG는 일반적인 상품 구매 과정과 다른 선박 구매 절차로 인해 존재합니다. 선박은 철저한 주문제작방식입니다. 선주가 선박 발주를 요청하면 그때부터 건조에 들어가 2~3년 뒤에나 완성된 배를 인도받습니다. 완성품을 구매하는 일방적인 방식과는 다릅니다.
선박을 주문한 선주에게는 다양한 위험요소가 존재합니다. 조선소가 예상치 못한 변수로 인도시점을 어길 수도 있으며 배를 다 건조하지 못한 채 조선소가 파산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때문에 선주들은 몇 백억에서 몇 천억까지 하는 배값을 한 번에 지불하지 않습니다. 선수금을 먼저 지급하고 진행 단계에 따라 일반적으로 5번에 걸쳐 지급합니다. 이것으로는 안심이 되지 않았는지 안전장치를 하나 더 마련합니다. 바로 RG입니다.
RG는 조선업체가 선박발주에 문제가 생길 경우 '선수금'을 금융회사가 대신 물어주기로 약정하는 보증입니다. RG가 없으면 조선소는 배를 건조할 수 없습니다. RG는 일종의 배 선박 건조 허가증인 셈입니다. 조선업이 국가 중요산업이고 금액이 만만찮기 때문에 한국무역보험공사, 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이 RG를 발급합니다.
최근 정부를 비롯한 정책 금융기관들이 RG발급을 깐깐하게 심사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조선업계 불황으로 계속된 저가 수주에 제동을 걸겠다는 목적입니다. 조선업이 호황일 땐 60∼70%정도의 선수금을 받았지만 선박 발주가 크게 감소한 현재는 5%의 선수금밖에 받지 않는 극단적인 경우도 발생하고 있어 한계기업을 늘리는 주범으로 보는 것입니다.
하지만 RG발급 기준 정립이 어렵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선박마다 기준이 다르고 각 업체의 사정에 따라 선수금 비율을 자율적으로 조정해야 하는 상황도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정부와 금융기관이 어떤 기준으로 RG발급을 진행할지 지켜볼 대목입니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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