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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년 병장' 최경환 부총리, 건배사는 '원.더.풀'

'말년 병장' 최경환 부총리, 건배사는 '원.더.풀'

'말년 병장'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의 마지막 건배사는 '원.더.풀'이었다.

'원하는 것보다 더 잘 풀리는 대한민국 경제'의 줄임말이다. 이달 안에 차기 부총리에게 바통 터치를 할 것으로 예상되는 그의 아쉬움과 바람이 담긴 말이다. 지난해 7월 경제팀 수장으로 취임한 이후 1년 5개월 만에 소임을 내려놓고 다시 '정치인 최경환'으로 돌아가는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그다.

"아직 제대증을 못받았지만 제대를 앞두고 있는 말년 병장 같은 심정이다."

최 부총리가 지난 11일 정부 세종청사 인근의 한 식당에서 가진 기재부 출입기자단과 송년 만찬회 자리에서 처음 뱉은 말이다. 이날은 송년회라기보단 사실상 송별회였다. 최 부총리의 국회 복귀가 기정사실화되면 이날 자리를 함께한 일부 차관이나 1급 등 기재부내 고위직 공무원들의 연쇄이동도 자연스런 수순이기 때문이다.

최 부총리는 "(부총리로)1년 반 있었지만 10년 같을 정도로 대내외 경제가 여러일 많아서 정말 잠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던 시간이었다"면서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파고를 넘기 위해 (취임 당시)처음 '지도 없는 길' 말했고 회자됐지만 안해본 게 없었다. 생각해본 거 다 해서 (위기 극복)해보자. (이게)지나온 1년 반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 "취임한 뒤 세월호 여파에 어려웠고 분위기 바꾸자고 대책을 써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기가)좋아져 3.3% 성장했고 일자리 53만개 창출됐다. 벤처 등등 창업붐도 성과였다"고 자평했다.

경제팀을 이끌어온 수장으로서 아쉬운 대목도 있었다.

"수출이 조금만 받쳐줬으면 3% 후반, 4% 가까운 성장을 했을텐데…, 수출이 (지난해 성장률에)0.4% 기여했는데 올해는 마이너스 1%를 까먹게 생겼다. 세계 경제 전체가 교역량이 감소해 우리 스스로의 노력만으론 극복하기에 한계가 많았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창궐했던 올해엔 한때 총리대행까지 맡으며 어깨가 더욱 무거웠던 시절도 있었다.

그는 "전천후 소방수 역할을 해야 했다. 메르스 사령탑부터 4대 개혁 등 구석구석 손길이 안간데가 없었다. 고군분투하며 열심히 보냈다. 좀 정리된 소회는 제대증 받으면 더 자세히 말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행정고시 22회, '사무관 최경환'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해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장관과 경제부총리에 이르기까지 35년 가량을 경제부처와 인연을 맺어왔던 그.

"내년에도 대외경제 환경이 녹록치 않은 한 해가 될 것 같다. 세계경제 회복세가 미약하고 미국 금리 인상 등 여러 불확실성이 있어 정신 바짝 차리고 가야 한다. 경제가 어렵지 않은 적이 없었다. 모두 힘모으면 위기 극복하고 희망의 대한민국 경제 만들것이라 생각한다."

여의도 복귀에 앞서 마지막 경제 걱정인 셈이다.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제 2의 IMF' 우려에 대해선 "전혀 아니다"며 잘라 말했다.


그렇다고 아직 끝이 아니다.

"(경제활성화법 등)마지막 순간까지 (통과를 위해)노력할 것이다. 의장도 만나고, 당 대표도 만나고…."

최 부총리가 새 부총리 부임전 자신에게 던진 '라스트 미션'인 셈이다. bada@fnnews.com 김승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