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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임원인사 특징은…

승진 임원 절반이 연구개발·기술부문 '전문 인재' 중용
R&D에 미래 사활 걸어 수석연구위원 1명 연구위원 3명 새로 선임
해외 우수인재 영입해 제네시스 담당 조직 강화

현대차그룹 임원인사 특징은…
(좌측부터) 왕수복 부사장, 서보신 부사장, 양진모 부사장, 김헌수 부사장


현대차그룹 임원인사 특징은…
(좌측부터) 김승진 부사장, 박광식 부사장, 이영진 부사장, 김기준 부사장


현대차그룹이 28일 단행한 정기임원인사에서 눈에 띄는 것은 연구개발(R&D)과 명품 브랜드로 독립한 '제네시스'의 역량 강화다.

승진 임원 중 연구개발.기술부문이 42.9%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고, 수석연구위원(전무) 1명과 연구위원(이사대우) 3명을 신규 선임했다. 핵심기술 분야의 연구개발 능력을 한층 높이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또한, 경륜이 높은 해외 우수인재 영입에도 공을 들여 제네시스 담당조직을 강화했다.

현대차의 내년 최대 과제는 이달에 선보인 EQ900(해외명 G90)과 향후 출시예정인 후속모델 G80의 안정적인 성장궤도 진입이다. 현대차는 이를 위해 해외 자동차 명가 출신의 핵심인재들을 불러 모아 임원으로 배치했다.

■R&D.제네시스 역량 강화 초점

현대차그룹이 발표한 정기 임원인사에서 연구개발 및 기술부문의 승진자가 158명에 달한다.

전체 승진자 368명의 절반에 이르는 규모다.

현대차 관계자는 "차량 성능.품질 개선을 통한 상품 경쟁력 강화와 친환경.차량IT 등 미래 선도 기술 확보를 위해 투자와 인력 보강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수석연구위원 1명과 연구위원 3명을 새로 선임해 핵심기술분야의 전문 역량을 강화했다.

현대차그룹이 2009년에 처음 도입한 연구위원 제도는 연구개발 최고 전문가를 대상으로 관리업무 부담에서 벗어나 연구에만 집중하고 지속적인 연구개발 활동에 기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이번에 새로 선임된 연구개발 분야 수석연구위원은 변속기 부문 박종술 위원이다.

박 신임 수석연구위원은 지난 2010년 연구위원으로 임명된 이후 후륜 다단변속기, 친환경차 전용변속기, 듀얼크러치변속기(DCT) 등 개발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이번에 수석연구위원으로 승진했다. 지금까지 200여건의 특허를 낸 변속기 분야 최고 전문가다. 아울러 자동변속기 분야 전병욱 위원, 차량IT 분야 백순권 위원, 공조 분야 오만주 위원 등 3명이 이번에 새로 연구위원에 선임됐다.

신설되는 제네시스 조직을 탄탄하게 만들기 위해 전 벤틀리 수석 디자이너 루크 동커볼케를 현대디자인센터장, 전 람보르기니 브랜드총괄 맨프레드 피츠제럴드를 제네시스전략 담당으로 임명했다.

동커볼케 센터장은 '올해의 유럽 디자인상' 등을 포함해 전 세계 유수의 디자인상을 15회 수상한 스타 디자이너로 앞으로 제네시스.현대 브랜드를 위한 혁신적이면서도 차별화된 새로운 디자인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신임 맨프레드 피츠제럴드 전무는 앞으로 '제네시스' 브랜드가 국내외 고급차 시장에서 혁신의 브랜드로 거듭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시행하게 된다.

현대차그룹은 앞서 피터 슈라이어 디자인총괄 사장을 시작으로 지난해 고성능차 개발을 위해 BMW 출신의 알버트 비어만 부사장을 영입했다.

이번에 두 명의 글로벌 최고 전문가를 추가로 영입하는 등 제네시스를 동력으로 현대차의 전반적인 브랜드 파워를 끌어올리는 데 역량을 모으고 있다.

■기존 CEO 재신임 통해 '안정'

관심을 모았던 부회장급 임원과 사장 승진자는 이번 인사에도 없었다. 대신 올해 제네시스 브랜드 론칭과 판매 부진 등 대내외적 상황을 감안해 권문식 연구개발본부 부회장, 김해진 현대파워텍 부회장, 김충호 영업총괄 사장 등의 유임으로 일단락됐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의 부회장단은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을 비롯해 이형근 기아차 부회장, 윤여철 현대차 노무담당 부회장, 양웅철 R&D(연구개발) 총괄담당 부회장, 김용환 전략기획담당 부회장, 권문식 연구개발본부 부회장, 김해진 현대파워텍 부회장, 우유철 현대제철 부회장,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9명 체제를 유지하게 됐다.


이는 그동안 정몽구 회장이 수시 인사를 통해 CEO를 재배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정기 인사 이후 불시에 인사가 단행될 여지는 남아 있다는 관측이다.

정 회장의 인사 스타일이 '신상필벌'을 기준으로 연중 수시로 단행되는 만큼 변수가 생길 경우 추가 인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재계의 평가다.

winwin@fnnews.com 오승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