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김용훈 기자】32년 만의 한파로 제주국제공항이 마비됐다. 23일에는 항공권을 구하려는 3500여 명에 달하는 여행객들이 공항에 머물며 노숙을 하기도 했다. 살을 파고드는 추위도 모자라 지나친 상술이 여행객들을 두 번 울렸다. 심지어 종이박스 1장이 1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선행을 베푸는 이들도 있었다.
자신을 '제주도민'이라고 소개한 방송인 허수경 씨(사진)가 대표적인 사례다. 허수경 씨는 24일 오후 5시 제주국제공항에 나왔다. 제주시내 약국을 모두 뒤져 사가지고 온 쌍화탕 드링크 1000개를 여행객들에게 나눠주기 위함이다. 허 씨는 "어제(23일) 여행객들이 공항에서 노숙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가만히 앉아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를 방문한 관광객들이 감기라도 걸릴까 걱정이 됐다"며 "제주관광공사에서 빵과 물을 나눠준다고 해서 쌍화탕을 사가지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나눠 준 쌍화탕은 마음까지 얼어붙던 여행객들의 체온을 데우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쌍화탕을 받은 최 모씨(58)는 "편의점마저 동이 난 상황에서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허수경 씨는 자신도 이번 한파로 인해 방송에 차질을 빚었다고 말했다. 허 씨는 현재 KBS 해피FM '허수경의 해피타임 4시'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여행객들의 절박한 심정을 잘 안다. 당장 어제 방송을 하지 못했다.
다행히 비상상태를 대비해 녹음을 해 둔 덕분에 겨우 위기를 면했지만, 내일은 반드시 서울에 가야한다"고 말했다.
한편 허수경 씨는 지난 2005년 제주로 내려온 제주생활 11년 차다. '왜 사느냐면, 제주에', '너 제주도에 있니?' 등 제주에 관한 책도 펴낸 바 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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