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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 걸린 한국 수출, 현장을 가다](4) 중고차 수출 '삐걱' 왜?

주요 수출국 중동 정정불안 악재.. 日도 엔저 힘입어 우리시장 잠식

[비상 걸린 한국 수출, 현장을 가다](4) 중고차 수출 '삐걱' 왜?

우리나라 중고차 수출시장이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고 있다. 국내외 악재가 겹쳐 수출물량도 줄고 환경도 더욱 척박해지고 있어서다.

27일 한국중고자동차수출조합과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한국의 중고차 수출 대수는 18만8756대로, 12월 물량까지 합산할 경우 20만대로 추산된다. 지난 2012년 37만4393대에서 2013년 30만8924대, 2014년 24만5254대로 수출물량은 매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수출로 벌어들이는 외화도 줄고 있다. 지난 2012년에는 20억299만달러를 벌어들이기도 했지만 2013년 15억1253만달러, 2014년 11억9983만달러 등으로 해마다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 170여개국으로 수출되고 있지만 주요 수출국은 중동이나 동남아 국가다. 지난해 9월 기준 리비아, 요르단, 캄보디아 순으로 중고차를 가장 많이 수출했다. 이어 예멘, 이집트, 도미니카, 칠레, 몽골, 가나, 필리핀, 베트남, 미얀마 순이다. 한때 중고차 수출 대상 1위 국가였던 요르단 대신 리비아가 1위로 올라섰다. 급진 수니파 무장세력의 테러로 인해 이라크, 시리아와 같은 접경지를 통한 재수출 길이 막히면서 대요르단 중고차 수출도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뿐 아니라 산유국에서는 유가가 하락하면서 경기가 어려워져 수입이 줄었다. 반면 우리와 수출시장을 공유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아베노믹스로 인한 엔저 현상으로 인해 도리어 수출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아졌다. 이로 인해 현재 몽골에서는 한국 중고차보다 일본 중고차를 더 많이 수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조합 관계자는 "일본 중고차의 경우 가격도 낮아졌을 뿐만 아니라 일본의 경우 7~8년 타는 우리에 비해 자동차 회전이 빠르다"며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2만㎞ 이상 탄 차량이 시장에 많이 나오는 데 반해 일본에서는 7000㎞대의 매물도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가 더 경쟁력이 있는 부분도 있다. 일본에 비해 자동차 부품이 싸고 조립이 쉽다는 것이다. 조합 관계자는 "비슷한 고장이 발생해도 일제의 경우 10배 더 비싸고 기간도 더 오래 걸리는 편"이라며 "한국산은 부품의 부분교체가 가능한 데 비해 일본 부품은 일체형으로 이뤄진 경우가 많고, 또 자동차를 뜯어내는 비용과 운송비 등도 한국에 비해 모두 비싼 편"이라고 설명했다. 또 일본 중고차와 달리 운전대가 왼쪽에 있는 것도 인기요인으로 꼽힌다.


조합은 다양한 활로를 찾기 위해 지난해 5월 KOTRA와 손잡고 '신흥국 중고차 및 중고부품 수출상담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정부의 역할과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조합 관계자는 "1조원이 넘는 수출 규모에도 다른 수출산업과 달리 수출입은행이나 무역보험공사 등을 통한 무역거래조차 불가능하다"며 "중고차 수출사업이 우리나라의 중요 수출사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복잡한 행정절차를 간소화하고 중고차 수출 관련 법령의 미비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