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진항 노천에서 임연수어를 말리는 할머니가 그물을 손질하고 있다.
주문진항은 부산에서 원산을 잇는 동해 뱃길의 기착지로 개발됐지만 다목적 어항으로 발전했다.
경북 경주 성동시장 생선골목.
동궁과 월지 야경.
전통시장에는 펄떡거리는 삶과 따스한 정이 녹아 있다. 일상생활에 지쳐 있을 때 전통시장을 한번 둘러보면 시끌벅적한 사람 사는 소리에 새로운 각오가 생기기도 한다. 여행 중에 지역의 유명 시장을 둘러보는 것은 빼놓을 수 없는 재미. 특산품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고 다른 곳에서는 맛볼 수 없는 별미를 즐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시장 좌판에 놓인 제철 농산물, 수산물이 풍요로워 보이고 상인과 손님이 가벼운 승강이를 벌이며 흥정하는 모습도 유쾌하다. 한국관광공사는 '재미를 사고파는 즐거운 전통시장' 이라는 테마 아래 2월에 가볼 만한 곳으로 '항구의 정취와 펄떡펄떡 희망이 오가는 강원도 강릉 주문진수산시장'과 '푸짐한 인심과 먹는 즐거움이 어우러진 경북 경주 성동시장' 을 추천했다. 전통시장에서 쇼핑을 즐기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난 후 주변의 명소도 둘러보자.
■'항구의 정취' 가득 강릉 주문진수산시장
주문진수산시장에서는 상인과 어민의 활기찬 삶과 동해의 싱싱한 수산물을 함께 만난다. 떠오르는 붉은 해를 보며 항구로 돌아오는 어선에는 복어, 임연수어, 오징어, 도치, 가자미 등 제철 생선이 가득하다. 생선은 경매를 거쳐 순식간에 사라지고, 횟집과 난전으로 뿔뿔이 흩어져 손님을 기다린다. 난전에서는 말만 잘하면 오징어와 멍게를 덤으로 받을 수도 있다.
주문진항은 1917년 부산에서 원산을 잇는 동해 뱃길의 기착지로 개발됐지만 다목적 어항으로 발전해 오늘에 이른다. 주문진수산시장을 제대로 보려면 이른 아침에 찾는 것이 좋다. 해 뜰 무렵 붉게 물든 바다를 가르며 귀항하는 어선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어선이 속속 들어오면 항구는 분주해진다. 경매장 바닥에는 이제 막 잡혀온 생선들이 눈을 껌뻑거리며 새 주인을 기다린다.
경매가 끝난 생선은 트럭과 손수레, 자전거에 실려 수산시장과 어민수산시장, 횟집, 건어물 가게 등으로 흩어진다. 경매장 옆에 어민수산시장이 있다. 어부가 잡은 자연산 수산물을 노천에서 판매하는 곳이다. 길 양쪽으로 늘어선 가게에서 저마다 싱싱한 수산물을 자랑하며 손님을 부른다. 이곳에서 회를 떠 근처 식당에서 먹을 수 있다. 2월까지 최고의 제철 생선은 복어다. 항구에는 싱싱한 복어가 넘쳐나고 값도 저렴하다.
주문진항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가 주문진성황당과 주문진등대다. 항구에서 마을 언덕 쪽으로 보이는 푸른 기와집이 성황당이다. 굽이굽이 골목을 지나면 달동네를 거쳐 성황당에 닿는다. 성황당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바라보는 바다가 시원하다.
성황당에서 달동네 골목을 둘러서 가면 주문진등대에 닿는다. 등대 건물은 지름 3m에 높이 10m로 아담하지만, 1918년 강원도에서 처음 생긴 등대다. 옛 봉수대가 있던 곳에 자리해 사방이 한눈에 보인다.
등대에서 나와 강릉의 명소를 찾아보자. 주문진에서 13㎞쯤 내려오면 경포호를 만난다. 경포호 동쪽 초당동 울창한 금강송 군락에 허균·허난설헌기념공원이 자리한다.
허균·허난설헌기념공원에서 나와 경포호를 반 바퀴 돌면 경포대다. 그 옆에 참소리축음기·에디슨과학박물관이 있다. 이곳은 소리에 푹 빠진 손성목 관장이 세계 60여개국을 돌며 수집한 축음기, 뮤직박스, 에디슨의 발명품 등 5000여점을 전시한 사설 박물관이다. 200년 전 소리인 뮤직박스, 100년 전 소리인 축음기를 직접 들어볼 수 있다.
강릉 여행에서 하슬라아트월드를 빼놓으면 섭섭하다. 정동진에 자리한 이곳은 자연과 사람, 예술이 공존하는 복합예술공간이다. 박신정·최옥영 부부가 만들었으며 '예술에 눕다'라는 부제처럼 10만9000㎡(약 3만3000평)에 펼쳐진 자연 공간에서 예술의 세계에 풍덩 빠져볼 수 있다.
■푸짐한 인심 먹는 즐거움 경주 성동시장
천년 고도 경주에는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시장이 있다. 경주를 대표하는 성동시장이다. 경주역에서 건널목을 건너면 바로 시장이라 경주 시민은 물론 여행객도 많이 찾는다. 원래 성동시장은 지금 시내 중심가에 자리한 명동의류공판장 자리에 있었다. 지금의 자리로 옮긴 때는 1971년. 당시 3300㎡(약 1000평) 규모로 큰 시장은 아니었다. 그러다가 경주시가 점점 커지면서 시장도 함께 성장했다. 지금은 약 1만3200㎡(약 4000평)에 달하는 경주 최고의 시장으로 꼽힌다.
성동시장 상인회 신우현 회장은 "먹자골목과 생선 골목, 폐백 음식 골목, 채소 골목, 의류 골목 등에 600여개 상점이 입점해 있고 상인도 800명에 이른다"며 "경주 뿐만 아니라 언양, 울산 사람도 찾는 시장"이라고 자랑했다.
시장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떡집 골목이 보인다. 인절미, 송편, 수수팥떡 등 방금 만든 떡이 쌓여 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떡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떡집 골목을 지나면 생선 골목이다. 어물전마다 조기, 갈치, 고등어, 문어, 오징어 등 동해안에서 잡히는 각종 어류가 진열돼 있다. 이 가운데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문어다. 어물전 입구에 커다란 문어 여러 마리를 길게 걸어놓은 풍경도 성동시장의 볼거리다. 참치처럼 보이는 생선 토막은 소금에 절여 숙성시킨 상어 고기다. 경주를 비롯해 안동, 영주, 영천, 봉화, 청송 등 경북 지역에서는 '돔배기' '돔배 고기' 등으로 부른다. 상어 고기를 '돔박돔박' 썰어 돔배기가 됐다는 말이 있고, 돔발상어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전라도 제사상에 홍어가 빠지지 않듯, 경상도 제사상에는 돔배기가 빠지지 않는다.
시장 구경에서 제일 재미있는 건 역시 먹자골목 탐방 아닐까. 좁은 골목 양쪽으로 순대며 튀김, 어묵, 떡볶이, 김밥을 파는 조그만 가게가 늘어서 있다. 성동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먹거리는 우엉김밥이다. 간장과 물엿을 넣고 조린 우엉이 들어가 부드럽고 달짝지근한 맛에 자꾸 손이 간다.
시장에서 맛있는 식사를 하고 경주 여행을 본격적으로 즐겨보자. 대릉원 지구로 가면 경주의 야경을 즐길 수 있다. 어둠이 내릴 무렵 대릉원 지구에 은은한 조명이 켜지는데, 붉은 노을과 어우러진 고분의 곡선은 1000여년 전 신비로운 '신라의 달밤'도 이랬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야경 여행은 동궁과 월지로 이어진다. 동궁은 태자가 살던 신라 왕궁의 별궁, 월지는 동궁에 있는 연못이다.
그동안 안압지 혹은 임해전지로 불리다가 2011년 '경주 동궁과 월지'로 명칭이 바뀌었다.
경주에 왔으니 세계문화유산도 들러보자. 경주양동마을은 500년이 넘는 역사를 이어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통 마을이다. 조선시대 상류 주택을 포함해 기와집과 초가 150여채가 아름답게 보존돼 있다. 또 세월을 거슬러 추억의 수학여행 코스인 불국사, 석굴암, 첨성대 등을 다시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junglee@fnnews.com 이정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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