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또 한 번 죽은 아내의 트라우마에 갇혔다. 왜 그는 죽은 아내의 환상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앞서 디카프리오는 영화 ‘인셉션’, ‘셔터 아일랜드’에서도 죽은 아내의 환영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그리고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이하 ‘레버넌트’)에서도 그는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며, 그것으로 끈질기게 살아남는다.그동안 디카프리오는 마음이 아픈 인물을 많이 맡아왔다. 사랑하는 아내가 끔찍하게 죽었고, 자신은 끔찍하게 살아남았다. 심지어 ‘레버넌트’와 ‘셔터 아일랜드’에서는 자식들마저 죽는다. 그리고 그 이후에 죽은 아내들은 끊임없이 그를 따라붙는다.혈연관계란 원초적인이고 복잡한 관계이기 때문에 인간 심리의 가장 밑바닥을 이끌어낼 수 있다. 이런 심리극을 소화해낸 디카프리오의 세 작품을 한 데 모았다.
#.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감독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2016)‘레버넌트’에서 휴 글래스(이하 휴)를 연기하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사지가 갈기갈기 찢기고 뼈가 부러지는 등 끔찍한 부상을 입으며 지옥의 끝을 보게 된다.사냥꾼이자 모험가인 휴는 원주민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 있지만 동료에게 죽임을 당한다. 휴 역시 죽어가면서 환상을 보게 되고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하며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 지 결정한다.인간은 극에 달할수록 본능에 가까워지듯 그는 생사를 넘나들며 환영을 보게 된다. 그의 환상 속에 찾아오는 것은 유럽인들이 쳐들어와 원주민이었던 아내를 살해하는 장면. 잔인할 수도 있는 이 장면은 죽어가는 아내의 가슴에서 새가 나오는 등 은유적인 표현을 통해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을 환상으로 풀어냈다.그리고 그를 죽음으로부터 건져낸 것은 복수심과 더불어 끊임없이 그를 찾아오는 아내의 환영 때문일 것이다.
#. ‘셔터 아일랜드’ (감독 마틴 스콜세지, 2010)디카프리오는 ‘셔터아일랜드’에서도 죽은 아내에 대한 트라우마 속에 갇혀 또 다른 세계를 창조해낸다.과거 그의 아내는 자신들의 딸과 아들을 익사시켰고, 살해 현장을 본 그는 아내를 죽였다. 이런 끔찍한 사건을 겪은 가장이라면 누구라도 미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이 모든 것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허구의 세계 속으로 숨어버린다. 힘들어 했던 아내를 도와주지 못했던 것을 후회하며, 자신이 만든 허구의 인물과 가상 세계에서 살아가는 것이다.그렇기 때문에 연방경찰관 테디라는 인물이 자신에 의해 만들어진 허구의 인물이고, 실제로는 앤드류라는 인물이 본인임을 알게 돼도 그는 테디로 살고자 한다. 반복하는 테이프처럼 그의 허상의 세계는 제자리에 돌아옴과 동시에 또 한 번 감긴다.그가 만들어낸 세계는 환상이라는 모래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금세 부서지고 말지만 그는 다시 한 번 의미 없는 세계를 또 다시 만들어버린다. 하지만 그를 현실세계에서 버틸 수 있게 해준 것은 쓸데없는 가상의 세계 덕분이지 않았을까.
#. ‘인셉션’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2010)극중 디카프리오는 다른 사람의 꿈에 들어가 상대방의 비밀을 훔쳐내는 코브 역을 맡았다. 어느 날 그는 꿈속에 들어가 생각을 빼오는 것뿐만 아니라 생각을 심어달라는 의뢰를 받는다.하지만 그에게는 커다란 문제점이 있었으니, 그의 무의식 속에는 언제나 죽은 아내가 나타나 계속해서 쫓아다닌다는 것이다. 꿈속에서 아내는 그의 임무를 방해하며 무의식 속에서 함께 살자고 요구한다.과거 둘은 꿈속의 꿈에서 50년 간 살았고, 아내는 현실로 돌아왔음에도 불구하고 현실과 꿈을 구별하지 못했다. 현실을 꿈이라고 착각한 아내는 꿈에서 깨기 위해 자살을 택했고, 디카프리오는 아내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죄책감을 가지고 산다.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꿈의 경계인지 알 수 없는 시간 속에서 디카프리오는 마침내 아내로부터 벗어나 진정한 행복을 찾은 듯 보인다.
하지만 사실 영화의 엔딩조차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가 여전히 기억의 감옥 속에 갇혀 있을 가능성도 높다.한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레버넌트’로 제73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을 비롯해 제21회 크리틱스초이스시상식, 보스턴 비평가, 워싱턴 비평가 협회상 등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으며, 5번 째 아카데미 시상식에 도전한다. 제88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은 오는 18일 개최된다./fnstar@fnnews.com fn스타 이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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