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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날씨경영인가

#. 프랜차이즈 빵집을 운영하는 A씨는 매일 제품을 주문하기에 앞서 날씨부터 확인한다. 기온이 섭씨 27도를 넘어가면 샌드위치를, 20도 내외면 피자빵을 더 많이 들여오는 식이다. 또 기온이 12도 이하로 서늘해지면 찹쌀도넛의 주문량을 늘리고 있다. 기상자료와 상품판매기록을 분석한 '날씨판매지수'를 바탕으로 주문량을 조절한 결과 A씨는 재고를 줄이면서 매출까지 늘릴 수 있었다.

날씨경영의 영역이 날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단순히 기상이변에 따른 손실을 줄이는 것에서 나아가 기후변화를 매출 확대의 기회로 삼고 있는 것. 실제 기업들은 장기간 축적된 기상정보를 경영정보와 접목해 날씨에 따라 변하는 고객의 행동패턴이나 심리까지 분석해내고 있다.

여기에 극심한 가뭄이나 폭설, 태풍과 같은 이상기후가 잦아지는 등 기후변화가 현실화됨에 따라 국가 운영의 대비책으로도 날씨경영의 중요성이 주목받고 있다.

■날씨경영, 선택이 아닌 필수

3일 기상산업진흥원 등에 따르면 기상산업은 기상정보를 수집·가공·생산하는 공급자뿐 아니라 기상정보를 전달하는 유통(방송·통신 등)과 기상정보로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활용(농림수산업, 건설조선업, 유통·물류업, 관광·레저업 등)을 포함한 수요자까지 포괄하는 광의적 개념으로 통용되고 있다. 즉, 기상정보를 기업운영에 필요한 의사결정이나 마케팅에 접목하는 날씨경영이 기상산업의 한 부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셈이다.

날씨경영은 날씨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농·축산업·어업 등 1차 산업과 건축업, 식품안전산업, 유통업, 관광·레저산업 등을 중심으로 활용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비손파트너스는 기상정보를 활용한 산업계의 매출증대와 비용절감 효과를 약 5조~6조원으로 평가했다.

실제 눈을 세계로 돌려보면 날씨경영은 이미 현실이다. 제약업체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다년간의 기상기후 빅데이터를 분석해 기온 상승에 따른 말라리아의 피해발생 규모를 예측해 이를 예방하는 제품 생산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일본 건축기업인 아사히카세이홈즈는 돌발적인 집중호우로 도시형 수해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해 홍수 대비용 주택을 선보였다. 이상 기후시 농가에 보험금을 지급하는 기후보험이나 국가적 차원의 재해경보 및 재난관리 시스템도 그 연장선이다.

국내에서는 제조·유통 분야 기업들이 날씨경영을 선도하고 있다. SPC는 5년간의 기상관측자료와 전국 169개 지점의 상품판매 데이터를 분석해 '날씨판매지수'를 구축해 제공하고 있다. 매장 인근 날씨에 알맞은 제품을 공급받도록 하는 것이다. CU편의점은 날씨에 따른 소비자 구매행태를 분석해 상품 진열을 재배치하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국내의 경우 기상에 민감한 사업이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52%를 차지한다"며 "날씨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결국 기업의 성장과 직결되기 때문에 경영에서의 기상정보 활용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기상정보 플랫폼 구축해야"

그러나 아직 국내 기상산업계의 부가가치 창출 규모는 미흡하다. 기상정보를 활용하는 기상서비스업의 매출은 전체 기상산업의 10%도 되지 않는다. 기상금융이나 기상보험, 기상경영컨설팅, 법기상학, 기상감정, 기상재해모델링, 기후 교통기술 등 융·복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재해를 선제적으로 예방하는 대응하는 측면에서도 기상정보 활용은 미미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효율적인 날씨경영을 위해 기상정보 빅데이터를 공유하고 이를 분석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해 활용할 수 있도록 기상산업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기상산업진흥원 손근용 박사는 "기상정보를 다양한 분야와 융·복합되기 위해서는 누구든 공개된 기상정보를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 구축돼야 한다"며 "기상정보 빅테이터와 결합한 콘텐츠개발이야말로 이제 막 태동기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기상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