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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황후 배우들이 말하는 설] 화려한 무대 뒤, 우리와 닮은 알콩달콩 이야기

삼남매 같은 그남자와 그여자의 '썰'
설 음식 뭐가 제일 맛있나요?
민영기▶ 어머니의 돼지갈비가 최고죠!
박송권▶ 난 내가 만든 전이요~
김소현▶ 어머, 송권씨 요리하는 남자야?

[명성황후 배우들이 말하는 설] 화려한 무대 뒤, 우리와 닮은 알콩달콩 이야기
▲대한민국 대표 뮤지컬 '명성황후'의 세 주인공 민영기, 김소현, 박송권(오른쪽부터)이 설 명절을 맞아 파이낸셜뉴스 독자들에게 새해 인사를 전했다. 지난 주말 경기 이천 공연에 앞서 명성황후 역의 김소현과 고종 역의 민영기는 궁중 혼례복을, 홍계훈 장군 역의 박송권은 무관 차림의 전통의상을 갖춰 입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뮤지컬 배우 세 명이 무대가 아닌 곳에서 한자리에 모이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설령 그것이 함께하고 있는 공연의 홍보를 위한 인터뷰라고 하더라도.

그런데 설 연휴를 앞두고 민영기(42), 김소현(40), 박송권(37)이 시간을 냈다.

지난해 창작 초연 20주년을 맞은 뮤지컬 '명성황후'의 주연배우들이다.

세 사람은 각각 고종, 명성황후, 홍계훈 역을 맡아 지난해 7월 서울을 시작으로 지방 순회 공연 중이다.

지난 주말 경기도 이천아트홀에서 공연을 1시간여 앞두고 만난 이들은

'명성황후' 첫 장면의 의상을 갖춰 입고 사진 촬영을 준비하고 있었다.

민영기와 김소현은 전통 혼례복을 입었고 박송권은 무관 차림이었다.

"공연 의상이긴 하지만 전통 복식을 입고 새해 인사를 하니 명절 기분이 나네."(민영기)

"세배하는 모습을 촬영하면 좋겠는데 가채가…."(김소현)

소녀처럼 들떠있던 김소현은 가채 때문에 고개를 숙이지 못해 세배하는 사진을 찍지 못한다며 아쉬워했다.

카메라 앞에 선 세 사람은 밝은 얼굴로 지켜보는 이마저 웃음짓게 했다.

사진 촬영에 도가 튼 '프로'들이기도 하지만,

7개월 이상 붙어다닌 탓에 세 사람 사이에 어색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명절에 우리 세 가족이 모여도 전혀 안 이상할 듯?"(박송권)

"그렇긴 하지. 그래도 명절은 각자 가족과 함께하는 걸로. 하하…"(민영기)뮤지컬 '명성황후'뿐 아니라 여러 작품을 함께해 온 민영기, 김소현, 박송권 세 사람은 거의 삼남매 같아 보였다. 세 사람은 즐거운 명절을 앞둔 어린 아이들처럼 크게 웃고 신나게 수다를 떨었다. 이제는 어린 아들을 하나씩 둔 부모들이라 자식 얘기만으로도 몇 시간씩 수다꽃을 피울 수 있다는 그들이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세 사람이 설과 관련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풀어놨다.

[명성황후 배우들이 말하는 설] 화려한 무대 뒤, 우리와 닮은 알콩달콩 이야기


―설 하면 생각나는 것.

▲박송권(이하 박)=저는 초등학교 5학년 땐가, 설에 형들이랑 불꽃놀이 하다가 집에 불을 낼 뻔 한적 있었거든요. 눈썹도 홀라당 태워먹고 어머니한테 엄청 혼났어요. 아직도 설 하면 그게 젤 먼저 생각나.

▲민영기(이하 민)=나는 나이. 초탈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설에는 그게 좀 서운하더라고. 하하. 한 살 먹을 때마다 더 성숙해져야 하고 배우로서도 더 노련해져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잖아.

▲김소현(이하 김)=에이, 나이를 잊은 외모 아니신가? 호호. 저는 특별히 생각나는 건 없는 것 같아요. 뮤지컬 하기 전에는 설 음식 만들던 기억. 뮤지컬 하면서부터는 연휴에도 공연이 많아서 간단하게 가족들과 떡국 먹는 정도? 너무 평범한가?

▲박=평범한 게 제일 어려운 거에요, 누나.

―설에 즐겨 먹는 음식.

▲민=어머니가 해주신 돼지갈비찜.

▲김=어머, 특이하다.

▲민=이거 진짜 별미야. 콜라가 비결이라고 하시더라고. 단맛도 잘 내고 고기를 연하게 한대. 색깔도 예쁘고.

▲박=우리 집은 전. 왜냐면 늘 제가 만들거든요.

▲김=어머, 송권씨 요리하는 남자야?

▲박=제가 사형제 중 막내라 딸처럼 컸거든요. 어머니 도와드리면서 배웠죠. 자취도 오래해서 웬만한 한식, 중식은 다 해요. 아, 스파게티도. 육개장, 매운탕도.

▲민=육개장 그거 어려운 건데~ 배운거야?

▲박=책 보고 독학했죠. 저 김치도 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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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세뱃돈에 관한 추억.

▲김=저는 세뱃돈 모아서 어버이날 선물 사드렸던 기억이 많이 나요.

▲민=효녀네.

▲김=너무 모범답안인가? 근데 저 진짜 뮤지컬 하기 전까지는 모범답안 스타일이었거든요. 돈도 잘 모으는 편이었고.

▲박=세뱃돈 최고로 많이 모은 게 얼마였어요?

▲김=엄청 큰 액수는 아니고. 우리 엄마가 일곱째시거든. 워낙 대가족이라 친척들에게 조금씩만 받아도 꽤 큰돈이 되긴 했지.

▲민=나는 중·고등학교 때 설에 할아버지, 할머니 뵈러 가면 목돈 좀 벌었어. 한 100만원 정도?

▲박=우와, 어떻게요?

▲민=외가집이 포항이었거든.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시장에서 아나고 회를 파셨는데 장사를 하시니까 현찰이 많잖아.

▲김=오빠, 집이 좀 부유했었나봐요?

▲민=그런 건 아니고. 하하. 손자에 대한 사랑이셨던거지. 자주 못보니까. 아, 부모님께 처음으로 설에 용돈 드린 것도 생각나. 스물아홉살 때 서울예술단에 들어가서 사회인으로서 받은 첫 월급이었지. 아직도 생각하면 뿌듯한 기억이야.

▲박=저는 세뱃돈 받는 족족 부모님이 다 가져가셨던 게 제일 생각나요. 5만원을 500원과 바꿀 때의 그 심정이란….

―이번 설 연휴 계획.

▲박=다행히 공연이 없어서 가족여행을 가기로 했어요. 제주도로 2박3일요.

▲김=나도 그런데. 결혼하고 거의 처음으로 길게 휴가가 생겨서 시댁 식구들이랑 친정 식구들이랑 춘천에 가요.

▲박=우와, 그럼 시댁, 친정 식구 다같이 가는 거에요?

▲김=어후, 아니요~ 2박3일씩 나눠서. 대신 장소는 같은 곳으로 했죠.(웃음)

▲민=한큐에 해결이네~ 나는 늘 그렇듯이 양가 가족모임 할 것 같아. 근데 가족들이 대부분 연예인이라 다들 올 수 있을지 모르겠어.

▲박=아, 형님 강성진씨랑 동서지간이죠?

▲민=응. 지금 성진씨가 드라마 '장영실' 촬영 중이거든.

▲박=그래도 우리 셋 다 화목한 가족이네요. 형제끼리 서로 얼굴 안보고 지내는 사람들도 많던데.

▲김=그런가? 저는 지금 우리 얘기가 너무 평범해서 재미없을까봐 걱정이에요. 호호.

[명성황후 배우들이 말하는 설] 화려한 무대 뒤, 우리와 닮은 알콩달콩 이야기


―가족만큼 친근한 서로에게, 덕담 한마디.

▲김=어우~ 나 이런거 너무 간지러운데. 까르르.

▲민=나도 그래. 소현이랑 나랑 알게 된 게 벌써 10년이 넘었잖아. 송권이는 '엘리자벳'에서 내 신하였지. 그러고보니 '명성황후'에서도 내 신하네? 하하.

▲박=저도 곧 왕을 할 기회가 오겠죠!

▲민=그래. 지금 한창 작품 많이 할 때잖아. 러브콜도 계속 들어올테고. 원하는 작품 원없이 했음 좋겠다.

▲박=이 형님, 겉은 차가운 이미지인데 속은 참 따뜻해. 가끔씩 되게 수다스러울 때 있지 않아요?

▲김=맞아. 호호. 저한테도 한마디 해줘봐요~

▲민=음… 소현씨는 워낙 다른 작품에서도 많이 만나서 진짜 가족같지 뭐. '엘리자벳'에서도 부부였고, '지킬 앤 하이드'에서는 내 약혼녀였지?

▲김=맞아요. 그때가 2004년이니까 진짜 10년이 넘었네. 이제는 무대에서 뒷모습만 봐도 통하는 것 같아.

▲박=저도 소현 누나랑 안 지 10년 넘었어요.

▲김=그러네. 작품으로 만난 건 아니었고 행사 다니면서 알게 됐지. 와~ 우리 다 참 열심히 산 것 같다.

▲민=열심히 일하고, 가족끼리 알콩달콩 잘 살자. 하하.

―파이낸셜뉴스 독자들에게도 덕담 한마디.

▲박=요즘 경기도 많이 어렵고 날씨까지 추운데다가 사회도 좀 시끌시끌 하잖아요. 그런 것에 동요되지 마시고 스스로 작은 행복을 찾아가셨으면 해요. 긍정적으로 생각하시고요. 그래야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니까요.

▲민=원하시는 소망이 다 있으시잖아요. 올해는 조금씩 더 노력해서 거기에 한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되셨으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건강이 중요한 것 같아요. 건강하시길 바라겠습니다.
'명성황후' 공연도 기대해주시고요. 무대에서 열심히 하는 민영기 되겠습니다.

▲김=저도 같은 마음이에요. '명성황후'를 통해 큰 사랑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20주년 기념 공연에 캐스팅됐을 때 많이 부담스럽기도 했는데 매번 공연 끝날 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에너지를 받아요. 관객과 배우가 아니라 그냥 한국인으로서 하나가 되는 느낌이랄까. 교감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fn 독자여러분께…
"소망하시는 일에 한걸음 더 나아가시길 바랍니다. 늘 건강하시고요~"

dalee@fnnews.com 이다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