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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류현진, 새 감독과 궁합 잘 맞을까

LA 다저스, 팀 화합 위해 최초 유색인종 감독 선임
130년 구단 역사상 처음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류현진, 새 감독과 궁합 잘 맞을까

김성근 한화 감독은 제왕이다. 선수기용은 물론 코칭스태프 심지어 구단 직원들의 인사에도 개입한다. 모든 감독이 제왕인 것은 아니다. 왕관은 오로지 김성근 감독만 쓰고 있다. 나머지 감독들은 덕아웃 안의 제왕일 뿐이다. 덕아웃을 벗어나면 감독의 파워는 확 떨어진다.

메이저리그 감독들은 그나마 덕아웃의 반쪽만 지배한다. 선수단 구성은 단장의 몫이다. 단장이 구해준 재료 안에서 요리를 한다. 그렇더라도 요리사의 눈 밖에 나면 힘들다. 비록 반쪽이지만 그 안에서 파워는 절대적이다.

지난해 6월 11일(한국시간). 텍사스는 오클랜드에 4-5로 역전패 당했다. 경기 후 제프 배니스터 텍사스 감독은 하지 말아야 할 말을 입 밖에 냈다. "추신수의 송구 때문에 패했다." 추신수는 1루 주자의 3루 진루를 저지하려다 실패했다. 그 바람에 타자 주자도 2루까지 진루했다.

결과론으로 야구를 말하면 누구도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4회 델리노 드실즈는 무리하게 3루 도루를 하다 죽었다. 1사 1루서 추신수의 좌전안타로 만든 1, 2루의 찬수였다. 드실즈가 3루에서 아웃된 후 적시타가 터졌으나 무득점. 배니스터 감독도 결과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배니스터 감독은 8회 무사 2루의 찬스에서 경기를 지켜만 봤다. 종반이면 감독이 움직일 타이밍이다.

그런데 비난을 오롯이 추신수에게만 쏟아냈다. 왜 그랬을까? 그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인종 차별적 사고가 작용하지 않았을까. 차마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백인 간판선수의 면전이라면 '너 때문에 졌다'고 말할 수 있었을까.

그랬더라면 한바탕 회오리가 일어났을 것이다. 팀은 풍비박산이 나고. 그 책임은 오로지 감독이 지고 가야 한다. 물론 추신수도 반발했다. "그럼 당신이 글러브를 끼고 직접 야구 하라."

LA 다저스는 소수 인종에 대한 배려의 역사가 깊다. 최초로 흑인 선수 재키 로빈슨을 받아 들였다. 페르난도 발렌수엘라를 멕시코의 영웅으로 만든 것도 다저스다. 일본인 노모 히데오는 아시아 선수에 대한 편견을 깨트렸다.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 박찬호와 계약한 것도 다저스다.

그러나 감독만은 예외였다. 지난해 해임된 돈 매팅리까지 31명의 다저스 감독이 있었다. 하나같이 백인이었다.

지난해 12월 비로소 유색인종에게 문호를 열었다. 130년 구단 역사상 처음이었다. 신임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흑인과 동양인의 혼혈이다. 그의 어머니는 일본인이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에게는 염경엽 넥센 감독의 체취가 묻어난다. 메이저리그서 10년을 뛰었지만 스타는 아니었다. 수비 위주의 선수였고 코치와 구단 직원을 두루 거쳤다. 명문 UCLA 출신(염 감독은 고려대)이다. 그에 앞선 돈 매팅리 감독은 스타 출신이었다. 1980년대를 주름잡은 뉴욕 양키스의 리더였다.

다저스가 로버츠를 택한 이유는 '화합' 때문이다. 서 말의 구슬도 꿰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다저스는 최고의 선수를 모아 두었지만 1988년 이후 월드시리즈 우승을 못하고 있다.

류현진(29·LA 다저스)이 공을 던지기 시작했다. 30m 불펜 피칭까지 끌어 올렸다.

파한 자이디 다저스 단장은 "예상대로 길을 가고 있다. 류현진이 4월에 피칭이 가능하다는 소식을 듣고 싶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재활은 인내의 싸움이다. 본인은 견뎌내야 하고 감독은 기다려줘야 한다. 두 사람의 궁합이 잘 맞았으면 한다.

texan509@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