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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초봉으로 강남 아파트 1평 산다?

평균 초임연봉 4075만원.. 서울 반포동 재건축 아파트 3.3㎡당 4003만원과 비슷
월급으로 강남진출 힘들어

대기업 초봉으로 강남 아파트 1평 산다?

대기업 대졸 신입사원의 1년 치 월급은 '한 평 어치'다. 대졸 신입사원이 자신의 연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으면 서초구 반포동의 재건축 아파트 1평(3.3㎡)을 살 수 있다.

16일 한국경영자총협회와 KB국민은행 등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대기업 대졸 신입사원의 평균 초임 연봉은 4075만원(상여금 포함)으로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재건축 아파트 3.3㎡ 당 평균 시세(4003만원)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변동 상여를 제외한 고정급 기준으로 보면 급여는 더 낮아진다. 경총은 지난해 대기업 정규직 대졸 신입사원의 초임 고정급을 평균 3646만원으로 추정했다. 강남.서초구 재건축 아파트의 3.3㎡ 당 평균 거래 가격인 3893만원보다 약 250만원 낮다.

■대기업 신입 연봉, 강남 재건축 분양가와 비슷

업종별 신입 연봉이 지난해 고분양가 논란을 일으킨 강남 재건축 아파트 평균가와 비슷한 점이 눈에 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신입 연봉이 가장 높았던 업종은 금융업계(4082만원)로 지난 10월 서초구 반포동에서 분양한 '반포 센트럴 푸르지오 써밋'의 3.3㎡ 당 평균분양가(4094만원)와 비슷하다.

자동차업계의 신입 연봉은 3988만원으로 강남구 대치동 '대치SK뷰'의 3.3㎡ 당 평균분양가인 3929만원보다 조금 높다. 제조업계 초봉은 3840만원으로 서초구 서초동 '래미안 서초 에스티지S'(3851만원)와 비슷하다.

지난해 서울 강남권에서 가장 비싸게 거래된 재건축 단지는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다. 전용 148㎡가 24억4100만원에 거래됐는데 3.3㎡당 5423만원으로, 취업포털 사람인에 공개된 광주은행 대졸 신입연봉(5475만원)보다 52만원 낮다. 이웃한 강남구에서 가장 비싸게 거래된 단지는 대치동 '래미안 대치팰리스'로 3.3㎡당 4231만원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SK하이닉스의 초봉인 4200만원과 비슷하다.

역대 최고 분양가 단지로 화제를 모은 '신반포자이'의 3.3㎡ 당 평균 분양가는 4290만원으로 현대백화점의 대졸 신입 연봉(4350만원)과 큰 차이가 없다.

강북권에서 최고급 아파트로 지난 2014년부터 분양하고 있는 성동구 성수동 '서울숲 트리마제'의 최고 분양가는 4800만원으로 SK텔레콤의 초봉인 4821만원과 비슷하다.

■평범한 직장인이 강남… 20여 년간 한 푼도 안 써야

이런 고가의 아파트를 사려면 대기업 신입사원들은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까. 취업포털 잡코리아에서 조사한 100대 대기업 직장인의 평균 연봉은 2014년 기준 7564만원이다. 3.3㎡ 당 평균 3893만원인 서울 강남.서초구 재건축 단지의 전용 59㎡(25평) 아파트는 약 9억7000여만원으로 대기업 직장인 평균 연봉의 12.9배다. 전용 59㎡ 아파트를 사려면 대기업에 다녀도 13년이 걸리는 셈이다. 전용 84㎡의 경우 17년 이상이 필요하다. 물론 수입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았을 때의 이야기다.

대기업을 다니지 않는 평범한 직장인들의 관점에서는 꿈도 꾸지 못할 이야기다. 지난해 3분기 통계청이 발표한 도시근로자 가구(2인 이상)의 연 소득인 5321만7036원이다.
전용 59㎡를 사기 위해 18.6년을, 전용 84㎡를 사기 위해서는 25.3년을 '숨만 쉬고' 살아야 하는 것이다.

강남권 공인중개사무소도 월급으로 집을 살 수 있는 시대는 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포동 D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이 지역의 아파트를 찾는 젊은 손님들은 대부분 부모의 지원을 받은 '금수저'"라며 "대기업 연봉도 많은 편이지만 이제 높은 연봉만으로 강남으로 진출할 수 있는 시대는 아닌 것 같다"고 전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