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사회'를 연출한 이지승 감독이 '페이크 다큐'라는 장르로 또 하나의 실화 사건 추적에 나섰다.영화 '섬. 사라진 사람들'(감독 이지승)은 염전노예사건 관련자가 전원 사망했다는 충격적인 소식과 함께 유일한 생존자이자 목격자인 기자가 혼수상태에 빠지고 사건 현장을 모두 담은 취재용 카메라 역시 종적을 알 수 없이 사라져 미궁 속에 빠진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는 사건 목격 스릴러다.지난 2014년 2월, 염전에서 수년간 감금 당한 채 강제 노역과 폭행을 당하고 임금을 착취 당한 사실이 수면 위로 드러난, 이른바 '염전노예사건'이 이 작품의 모티프다.영화는 총 90분 가량의 러닝타임 가운데 60분 가량을 극 중 촬영 기자인 석훈이 촬영한 영상을 관객들이 보는 형식을 취한다. 이는 고정되지 않은 화면 등으로 자칫 극의 몰입을 방해할 수 있다.그러나 이러한 위험 요소에도 불구하고 이지승 감독은 의도적으로 이상한 앵글을 쓰거나 포커스 아웃을 하는 등의 기법들을 사용했다. 영상이 편집되지 않은 날 것처럼 보여야 작품의 내용에 대한 관객들의 몰입이 더 쉬울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감독의 의도대로, 영화를 보는 내내 화면의 움직임 때문에 시각적인 불편함은 있었지만 그만큼 소재의 불편함도 더욱 확실히 전달됐다.이지승 감독은 작품의 가장 마지막 장면에 '주변 사람들에게 저지르는 가장 큰 죄는 그들에 대한 미움이 아니다. 무관심이야말로 가장 큰 죄다'라는 조지 버나드 쇼의 명언을 보여준다. 이것은 곧 그가 영화를 통해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다.그는 "'염전노예사건'을 바라보며 우리를 둘러싼 무관심, 무책임, 이기주의, 탐욕 등의 키워드를 떠올렸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는 영화 속의 인물과 사건들로 표현된다. 섬마을 사람들과 염전에서 일하는 의문의 사람들, 그리고 이들을 둘러싼 수상한 행적들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찰과 책임 회피에 바쁜 공기관들이 바로 그것을 뜻한다.
'섬. 사라진 사람들'에서 극을 이끌어 가는 이혜리는 불의를 참지 못하며 잔정 또한 많은 취재기자로 그려진다. 그리고 감독은 그녀의 시선, 그녀의 손길을 통해 참혹한 인권 유린 현장을 들쑤시기도 하고 차가운 바닷물에 얼어버린 마음을 녹이기도 한다.개연성 없이 지속되고 있는 사건들의 민낯을 영화적으로 풀어낸 영화 '섬. 사라진 사람들'은 오는 3월 3일 개봉한다./fnstar@fnnews.com fn스타 진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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