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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강화".. 기업들 배당 팔걷나

현대모비스·롯데푸드 등 작년 17곳에 반대의결권
집단의결권도 적극 검토.. 스튜어드십 코드도 탄력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강화".. 기업들 배당 팔걷나

국민연금이 올해 배당 확대를 위한 주주권 행사를 강화하겠다고 선언해 지난해 주총에서 국민연금의 반대표를 받았던 현대모비스와 롯데푸드, 현대그린푸드, 광주신세계, 넥센 등 저배당 기업들이 주주친화정책을 확대할 전망이다.

지난해 국민연금은 배당 이슈로 현대모비스 등 17곳에 대해 주총에서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 지난 5년간 평균 배당성향(배당금/당기순이익)은 한국이 15.1%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선진시장(43.3%)은 물론 신흥시장(33.0%)보다도 못하다.

■무배당기업 한미사이언스 배당

2일 보건복지부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서울 소공로 플라자호텔에서 올해 제1차 회의를 열어 배당이 낮은 기업을 집중 관리하라는 내용의 국내주식 배당 관련 현황을 보고받았다. 국민연금은 이미 지난 2월부터 배당 관련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거나 배당성향이 낮은 기업들과 '기업과의 대화'를 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롯데푸드 등 8개 기업은 이미 국민연금과의 대화를 했다.

현대모비스는 2014년 배당을 전년(1950원)보다 1000원 이상 올린 주당 3000원으로 정했지만 국민연금이 반대의결권을 행사했다.

올해 현대모비스는 배당금을 주당 3500원으로 올렸는데, 국민연금이 어떤 의사를 나타낼지 관심거리다. 순이익이 지난 2014년보다 11% 떨어져 배당성향이 10.74%로 나타났지만 배당수익률은 지난 2014년(1.27%)보다 불과 0.15%포인트밖에 오르지 않은 1.42%에 불과하다.

롯데푸드와 현대그린푸드도 2014년 배당성향이 5%대에 불과하다. 현대그린푸드는 배당수익률이 0.32%에서 0.24%로 오히려 떨어졌다. 지난 2010년부터 5년 연속 무배당을 고수했던 한미사이언스는 국민연금의 배당 관련 반대표 행사 덕분인지 지난해 배당을 진행했다. 배당성향은 15.50%지만 배당수익률이 0.39%여서 국민연금이 다시 한 번 더 압박을 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코스닥 종목에서는 CJ E&M과 바이로메드, 컴투스, 데브시스터즈, 파이오링크, 씨젠, 태광, 한국알콜산업, 신흥기계 등에 배당 관련 반대표를 던졌다. CJ E&M은 상장 후 한 번도 배당한 적이 없는데 지난해 배당을 시작했다. 한미사이언스와 마찬가지로 배당수익률이 낮아 추가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스튜어드십 코드, 집단의결권 포함할까

이들 기업이 저배당정책을 개선하지 않으면 내년 4월께 국민연금의 '중점관리기업'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 해당 기업이 중점관리기업으로 지정된 후에도 저배당을 고수하면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의 승인을 거쳐 명단을 외부에 공개하기로 했다. 저배당 감시대상으로 낙인 찍히는 것이어서 기업들도 주주친화정책을 다시금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은 또 집단의결권도 검토할 계획이다. 중점관리기업으로 공개된 기업에 대해 다른 소액주주가 주주제안 참여를 요청하면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에서 적절성을 고려해 이들과 함께 직접 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금융위원회가 준비 중인 스튜어드십 코드 제정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국민연금이 집단의결권에 대해 의견을 밝힌 만큼 스튜어드십 코드에도 저배당 기업을 한정으로 한 집단의결권에 대한 내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도 스튜어드십 코드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현재 내부 의결권 행사 규정과 스튜어드십 코드의 내용이 어느 정도 일치돼야 한다.

maru13@fnnews.com 김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