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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알파고 대국, 애당초 불공정한 싸움"

IT·과학계 '불공정론' 인터넷과 연결된 알파고, 무제한 훈수꾼 두고 대국
수읽기 시간 제한했어야 공정한 게임 진행 가능

현재 스코어 2대 0.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세기의 바둑 대결을 펼치고 있는 이세돌 9단은 과연 3대 2 역전승을 거둘 수 있을까.

정보기술(IT)·과학계에는 일단 부정적 의견이 많다. '인간' 이세돌이 '기계' 알파고를 이길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 중심에는 '불공정론'이 자리잡고 있다.

딥러닝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는 유태준 마인즈랩 대표는 "현재의 조건이라면 이세돌 9단이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며 "이번 대국은 애당초 너무나 불공정한 싸움이었다"고 단언했다. 고도의 최첨단 알고리즘을 활용한 어마어마한 컴퓨팅 파워를 가지고 있는 알파고의 수읽기 시간을 제한하든지 수읽기 한도를 30~40수로 제한했어야 공정한 게임을 진행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게 유 대표의 주장이다.

지난달 9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세돌 필패론'을 제기해 눈길을 끌었던 법부법인 한얼의 전석진 변호사도 이번 대국이 '불공정한 게임'이었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광케이블로 인터넷에 연결돼 컴퓨터 자원을 무한정 사용하는 알파고가 사실상 무제한에 가까운 '훈수꾼'들을 두고 바둑을 두고 있어 일대일 대국이라는 바둑의 대원칙을 무시했다는 설명이다.

전 변호사는 "알파고는 학습에 의해 상대방의 수를 예측하면서 두는 것이 아니라 이미 둔 수를 보고 나서 그다음 수를 계산한다는 점에서 진정한 의미의 인공지능이 아니다"라고 지적하면서 "구글은 알파고가 일종의 훈수꾼인 브루트 포스(Brute force) 알고리즘을 절대 쓰지 않는다고 천명했지만 브루트 포스를 쓰는 다른 프로그램이 알파고를 돕고 있다. 이는 명백한 반칙"이라고 주장했다.

이 9단의 전패를 예상하고 있는 조환규 부산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역시 "돌을 두는 횟수가 많아지면 컴퓨터가 무조건 이길 수밖에 없다"면서 "인공지능은 실수를 해도 돌을 두면서 빠르고 멀리 내다보는 계산에 힘입어 만회할 기회를 계속 만든다. 컴퓨터를 엄청나게 돌려 계산한 후 이겼다고 하는 건 좀 불공정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시사평론가 최영일씨는 조금 다른 측면에서 이번 대국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이세돌은 알파고라는 하나의 AI와 싸운 것이 아니라 2000명에 가까운 기사와 싸우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구글은 이세돌과 알파고의 이번 대국을 통해 막대한 광고효과를 누리고 있다. 이 9단은 구글의 노림수에 걸려든 제물이 됐다"고 촌평했다. 그는 이어 "과거 산업화시대 때 증기기관차와 흑인 육상선수를 달리기 시합 시킨 사건이 있었다"며 "힘의 대결에서 지식의 대결로 바뀌었다뿐이지 똑같은 형국이다. 이는 어리석은 이벤트"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에 인간이 패배했다는 우울감이나 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움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조언한다. 인공지능 또한 인간이 만든 것이므로 결국 인공지능의 주인도 인간이라는 얘기다.

채규만 성신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패닉과 좌절감에 빠질 필요가 전혀 없다. 오히려 인공지능을 어떻게 건강하게 활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며 "이런 마음가짐이라면 남은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을 하나의 이벤트로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소설가 복거일씨도 한 신문에 투고한 글을 통해 "알파고가 사람보다 잘 둔다 해서 애기가들이 수담(手談)을 마다할 리는 없다. 기계가 사람보다 훨씬 빨리 달린다고 100m 경주가 시들하거나 우사인 볼트의 인기가 줄지 않는다. 그래서 이창호나 이세돌의 일화들은 오래 전설로 남을 것"이라며 충격에 휩싸인 사람들의 마음을 다독였다.

dalee@fnnews.com 이다해 김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