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파고는 카페 종업원 못한다'....알파고에 대한 오해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모아 계산하고 최고의 확률을 선택하는 것"

구글의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가 세계 최고 바둑기사 이세돌 9단에 맞서 연일 승리를 이어가면서 AI가 인간을 뛰어넘는 사고기능까지 갖춰 인류를 장악하는 것 아니냐는 영화속 상상같은 오해가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단언한다. 알파고는 입력된 방대한 데이터와 통신망에 연결된 학습자료를 빠른 연산속도로 계산해 최고의 확률을 선택하도록 프로구램 된 컴퓨터 프로그램일 뿐, 사람처럼 스스로 생각해서 전략을 펼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지정된 영역에서 연산과 확률에 대한 추론은 할 수 있지만, 사람처럼 감정이나 생각의 기능을 활용하는 영역에서는 알파고 같은 AI가 끼어들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알파고의 바둑대결을 통해 AI기술 개발과 적용확대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게 되는 것은 필요하지만, AI에 대한 과도한 두려움이나 인간에 대한 위협등으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정치인 알파고'는 못나온다
13일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학계와 과학계 전문가들은 일제히 "알파고가 바둑 최고수 이세돌 9단을 꺾은 것은 알파고의 사고능력이 인간 보다 뛰어나서가 아니라 알파고의 계산 범위와 속도가 사람보다 빠르고 정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알파고 같은 AI가 모든 분야에 적용돼 인간 보다 우월해질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알파고는 이번 이세돌 9단과의 대국에서 추론을 통한 선택으로 사고의 영역에 일부 접근했다. 그러나 이같은 선택은 특정 목적이 내재된 수식으로 계산해낼 수 있는 '문제공간'이 바둑이라는 분야에서 성립됐기에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이준환 교수는 "바둑은 수가 엄청 많아도 문제공간은 정해져 있다"며 "그러나 문제공간을 정의할 수 없는 영역에선 인공지능이 활동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유권자들로부터 많은 표를 얻도록 정의된 문제공간을 AI에게 적용한다면 예산 편성과정에서 인프라 구축과 복지 예산 설정 등을 계산하는데 주력할 뿐 정치적인 상황은 고려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계산 외에 다양한 감정과 인적요소가 추가된 변수들이 많은 정치 등의 분야는 문제공간을 만들수가 없다"며 "무엇이 최신인지 계산을 통해 최고값과 최저값을 매길 수가 없으니 이러한 경우 인공지능을 적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페퍼, 노인 돌보미 가능하지만 카페 종업원 못해
단적으로 일본의 인공지능 로봇 '페퍼'는 집안에서 한 노인을 돌보는 보조수단으로는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페퍼'를 카페의 종업원으로 내놨더니 수많은 손님들을 응대하는데서는 사실상 무용지물에 가까운 것으로 입증됐다.

ICT 업계 한 전문가는 "이미 입력된 특정 사람의 취향이나 공간에 대해서 로봇과 인공지능이 사람을 대신할 수 있지만, 특정된 공간과 대상이 없는 업무에 대해서는 아직은 인공지능이 적용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스스로 학습할 뿐..생각하진 않는다
알파고는 수많은 학습을 통해 경험치를 배가시키고 있다. 그러나 알파고와 같은 AI는 스스로 학습하는 것일 뿐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이세돌 9단과의 대국에서 보여준 알파고는 실수없는 빠른 연산과 추론 능력을 보여줘 AI의 발전 현황과 미래를 보여줬다는 진단이다.

알파고는 훈수를 두는 '정책망'과 접수된 훈수 중 가장 좋은 수를 판별해내는 '가치망'을 통해 바둑을 둔다.

한양대 컴퓨터공학과 서일홍 교수는 "심층 학습(딥러닝)으로 학습된 알파고에 장착된 정책망이 추천한 수 중엔 확률상 반드시 좋은 수가 들어있다"며 "그 좋은 수를 수천번 시뮬레이션해서 가장 이길 수 있는 수를 골라내기에 실수를 안한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비유를 하자면 알파고는 굉장히 맛있는 음식으로, 3000만개의 기보가 재료요, 레시피는 구글 엔지니어들이 만든 정책망과 가치망이다. 주방기기는 딥러닝"이라며 "주방기기(딥러닝)는 어디에나 적용할 수 있지만 재료와 레시피는 상황에 따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레시피는 사람이 만들어 준 것으로, 레시피를 만드는 사고과정은 AI에게 갖춰지지 않은 능력이란 것이다.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알파고는 쌓여진 사례를 모아 알고리즘을 통해 바둑의 수를 두는 것"이라며 "바둑과 같이 복잡한 경우의 수를 계산하는 뛰어난 알고리즘 능력을 갖춘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인간의 사고 기능을 갖추진 않았다"고 지적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