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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새로운 물결이 온다(2)] IoT가 허문 제조·서비스업의 경계.. 전통 산업 '진화·퇴출' 기로에 서다

전통 제조업과 신규 벤처간의 충돌
단순히 차만 만드는 것에서 벗어나 금융·레저 포괄하는 사업모델 예고
금융권도 핀테크 등 도전에 직면.. 기술보다 담보 중시 관행도 문제
공유경제 등 신산업은 규제에 발목.. 섬유 등 사양산업들의 운명도 주목
텍스트 마이닝(text mining) : 비정형 텍스트 데이터에서 새롭고 유용한 정보를 찾아내는 과정 또는 기술

기존 산업과 신흥 산업 간 미래시장을 둘러싼 대충돌이 벌어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전 세계 산업계 판도를 뒤흔들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선 전통 산업군을 고수하려는 전통 제조업과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려는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간 충돌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철강·화학·유통 등 전통 산업군을 비롯해 금융권의 성역을 강타하는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을 거부할 것인지, 변화의 파도를 타고 경제체질 개선의 길로 나아갈 것인지 변곡점에 서 있는 셈이다.

['4차 산업혁명' 새로운 물결이 온다(2)] IoT가 허문 제조·서비스업의 경계.. 전통 산업 '진화·퇴출' 기로에 서다

■산업혁명 물결 앞 전통 산업의 흥망성쇠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제조와 서비스업의 융합은 칸막이로 나뉘어 있던 기존 전통산업 구분을 파괴할 전망이다. 대표적으로 완성차 제조업의 경우 복합 비즈니스모델로 거듭나 의료, 금융, 레저, 엔터테인먼트까지 포괄하는 사업방식으로 전환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자동차 소비자의 운전 습관과 정비이력, 주행루트를 분석해 차보험상품 개발이 가능한 데다 핸들과 시트, 전방유리 등에 센서를 부착해 운전자의 건강을 파악해 의료서비스로 연결할 수 있다. 또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활용한 행선지 분석으로 여행상품이나 레저 관련서비스 특화개발도 가능하다.

다만 전통 제조업체의 경우 캐시카우(Cash Cow·수익창출원)로 공들여놓은 시장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관성 탓에 4차 산업혁명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형국이다. 이미 투자된 공장설비를 통한 미래이익 확보도 중요하고, 예정된 설비투자와 시장 접근전략 등을 송두리째 바꿔야 한다는 점도 혁신의 발목을 잡는 요소다.

실제로 산업연구원이 지난해 미래 제조업의 특성이 강한 미래형 자동차, 융합소재, 바이오.헬스케어, IoT 등 4개 산업군 총 716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최근 3년간 제품이나 공정, 비즈니스 관련 혁신성과가 1건이라도 있는 기업은 40%도 채 안 됐다. 혁신역량의 향후 중요성에 대한 긍정률이 80%대를 넘나든 것과 사뭇 다른 결과다. 즉 제조업 혁신의 필요성은 인지하고 있는데도 실제 실천하고 있지 않다는 의미다.

['4차 산업혁명' 새로운 물결이 온다(2)] IoT가 허문 제조·서비스업의 경계.. 전통 산업 '진화·퇴출' 기로에 서다

['4차 산업혁명' 새로운 물결이 온다(2)] IoT가 허문 제조·서비스업의 경계.. 전통 산업 '진화·퇴출' 기로에 서다

■신규벤처 성장 발목.사양산업 은폐 부작용

전통 제조산업의 현실안주형 경영은 '신규 창업벤처 역량 악화'와 '사양산업의 방치'라는 두 가지 손실을 낳을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공유경제'를 주제로 한 서비스업은 4차 산업혁명이 가장 빠르게 적용되고 있는 대표적인 분야다. 미국의 차량공유서비스업체인 우버나 숙박공유서비스업체 에어비앤비가 선두주자다. 그러나 대체로 스타트업에서 출발하는 이들 신산업군은 전통 산업군과의 충돌에서 힘없이 무너지고 있다. 현행 법령상 사업자 신고나 등록을 할 수 없어 불법사업자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 올 초 영업을 중단한 모바일 중고차 거래사이트 '헤이딜러'나 심야 콜버스 애플리케이션 '콜버스랩'이 그랬다. 쿠팡의 당일배송서비스인 '로켓배송'도 기존 택배업체와의 밥그릇 싸움에서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달 공유경제 활성화대책을 내놓고 이들 서비스업이 제도권에 진입하도록 만들겠다고 밝혔지만 법·제도 정비나 규제 완화는 둘째치고 기존 사업자와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해선 뚜렷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와 함께 변신의 시기를 놓쳐 '시한부 인생'이 돼버린 한계기업 혹은 사양산업의 운명도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지적이다.

사양산업은 성숙기를 지나 앞으로 성장률이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 산업으로 보통 선진국의 경우 석탄·방직산업 등을 대표적인 사양산업으로 꼽고 있다. 국내시장은 섬유·완구·의복산업 등을 사양산업으로 분류하고 있다.

국가과학기술정보센터(NDSL)가 2000년대 이후 사양산업을 키워드로 하는 논문을 텍스트마이닝(text mining)해 최근 트렌드를 분석한 결과 관련된 주요 업종 키워드는 섬유, 신발, 의류, 음반, 양계, 연탄, 영화, 철강, 어업, 제지, 택시 등이 언급됐다. 그 외 중국, 정부, 산업정책, 경쟁력, 품질, 디지털, 수출, 시장, 전략 등의 단어가 주제어로 추출됐다.

이에 대해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김유진 수석연구원은 "지속적으로 성장성이 낮고 시장경쟁에 실패해 힘겹고, 괴롭고 걱정되는 업황의 산업으로 해석된다"며 "따라서 사양산업에 대한 판단기준은 수급불균형으로 수요가 포화상태이거나 기술개발 또는 대체재의 등장으로 수요 자체가 감소한 업종으로 판결 가능하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 새로운 물결이 온다(2)] IoT가 허문 제조·서비스업의 경계.. 전통 산업 '진화·퇴출' 기로에 서다

■'공룡' 금융산업 환골탈태 시급

국내 금융권의 복지부동 현상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인공지능, IoT 등처럼 기존 산업에 IT기술이 융합되면서 나타나는 혁명적 변화는 금융산업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대표적인 변화의 물결이 바로 핀테크다. 기존 금융서비스에 IT를 융합한 핀테크는 향후 국내외 금융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금융사들의 생존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미 예금, 송금, 대출, 심지어 자산관리까지도 온라인을 통해 이뤄지는 상황인 가운데 최근 들어선 로봇이 인간을 대신해 금융업무를 보는 데까지 도달했다.

그러나 실제 대출로 이어지는 여신심사 과정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많다. 정기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기술금융 실적평가 때문에 은행들은 대출 건수와 규모를 늘리고 있지만, 정작 기술보다는 담보를 선호하는 관행이 없어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기술력을 갖춘 창업초기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라는 당국의 정책에 따라 기술금융을 이어오고 있지만 한편에선 담보나 보증 없이 순수하게 기술력만 평가해 자금을 지원하는 부문에 대한 우려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실제 금융위원회 조사 결과 지난해 말 기준 기술금융 중 순수 신용대출 비중은 24.9%에 불과했다. 전체 75%가 담보나 보증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 밖에도 최근 금융권에선 핀테크기업에 오픈 API(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구글과 같은 글로벌 IT업계가 제공하는 API를 활용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서비스가 만들어진 흐름을 금융권에도 접목하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은행은 물론 증권·카드 업계 등이 금융API를 공개하는 것을 머뭇거리고 있다. 기존 사업영역으로도 수익성에 큰 문제가 없을뿐더러 새로운 핀테크 업체가 등장하면 사업영역을 침해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나마 일부 금융사를 중심으로 오픈 API실험이 이뤄지는 등 보수적 관행이 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도 "다만 여전히 몇몇 은행이 추진하는 핀테크 육성책 등은 사실상 면피용 수준에 그치고 있어 한계인 것도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특별취재팀 조창원 팀장 정지우 김용훈 김경민 고민서 김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