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윅’의 숨겨진 1인치 매력이 대극장을 통해 공개된다.지난 1일부터 오는 5월 29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뮤지컬 ‘헤드윅: 뉴 메이크업’(연출 손지은)이 개최된다.뮤지컬 ‘헤드윅’은 지난 2005년 초연 이래 대한민국 뮤지컬 역사를 새로 쓸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이번에는 대극장으로 옮겨짐과 동시에 헤드윅 역에 조승우·조정석·윤도현·정문성·변요한이 캐스팅되며 ‘피켓팅’에 불을 지폈다. 덕분에 관객들은 공연 중 조승우에게 '금손'이라는 칭찬 아닌 칭찬(?)을 들을 수 있다.조승우는 초연 이래 이번까지 다섯 번째 헤드윅으로 분했다. 초연 당시 조승우는 스물다섯이었다. 그리고 11년이 지난 지금 서른여섯의 조승우는 한층 농익은 애드리브와 감정을 펼쳐 보인다.관객석에서 화려하게 등장하는 헤드윅은 펄이 잔뜩 들어있는 빨간 립스틱, 배꼽이 보이는 흰 티와 핫팬츠, 은빛 망토를 걸치고 요염한 자세로 나타나 눈을 뗄 수 없는 뒤태를 자랑한다. 금발머리의 그는 마릴린 먼로, 마돈나보다 보다 더 섹시하며, 김희애의 ‘놓치지 않을거예요’부터 이덕화의 ‘하이모’ 성대모사까지 완벽하게 선보이며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애드리브인지 알 수 없는 대화 속에서 조승우는 진짜 자신의 이야기를 하듯 헤드윅의 이야기를 툭툭 털어놓고, 어느새 관객들은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헤드윅이 본명인 한셀이란 이름을 가지고 있었던 어린 시절, 그는 자유가 없는 고향 동독에서 미군 루터를 만난다. 그는 루터가 자신을 고향 동독에서 미국으로 구해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와 결혼하기 위해 신체의 일부를 독일에 남겨놓고 미국으로 떠난다.하지만 영원할거라 생각했던 것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졌다. 남편은 헤드윅을 버렸고, 사람들을 자유로부터 떼어놨던 베를린 장벽도 무너졌다. 그렇게 헤드윅은 어느 한 쪽에 서있지 못하고 그 경계선 위에 서게 됐다.이후 헤드윅은 진정한 자신의 반쪽이라고 생각했던 토미를 만나 그를 락스타로 키워내지만, 토미는 헤드윅의 숨겨진 1인치를 알자 도망쳐버린다. 그리고 헤드윅은 토미가 공연하는 대극장 바로 옆에 있는 작은 레스토랑을 빌려 공연하며 그가 자신을 언급해주길 기다린다.
대극장으로 옮긴 ‘헤드윅’의 무대는 폐 자동차가 겹겹이 쌓여져 묵직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자동차는 때로는 헤드윅이 어린 시절 노래 연습을 했던 오븐이 됐다가 카페의 화려한 간판이 되기도 한다. 특히 오븐 자동차 안에는 카메라가 설치돼 그곳에 얼굴을 가득 들이밀며 노래하는 조승우의 모습을 밀착해 담아낸다. 이런 독특한 카메라 덕분에 괴기하면서도 노래 하나만으로도 즐거워하는 조승우의 모습을 화면 가득 볼 수 있다.‘헤드윅’은 80% 이상 헤드윅 혼자 이끌어가는 모노드라마다. 장장 130분 동안 인터미션 없이 이어지는 공연에도 불구하고 조승우는 혼자서 무대를 헤집고 다니며, 쑥스러워하는 관객들이 19금 농담을 맞받아칠 수 있게 만든다.여기에 헤드윅의 현재 남편이자 밴드의 백보컬인 이츠학 역은 서문탁이 맡아 파워풀한 가창력과 조승우에게 지지 않은 강렬한 에너지를 드러낸다. 가죽재킷을 입은 남장여자 이츠학은 거친 목소리 속에 담긴 서글픔을 2개의 넘버로 선보인다.마지막으로 헤드윅과 이츠학은 ‘미드나이트 라디오(Midnight radio)’ 넘버와 함께 한 손을 들고 관객들을 하나로 끌어 모은다.
‘헤드윅’은 수난과 혼란스러움을 뛰어넘어 모두에게 하나 된 밤을 선사해 감동을 자아낸다. 여자도 아니고, 남자도 아니지만 그보다 더 특별한 존재인 헤드윅은 흔하지 않은 그의 인생으로 흔한 우리의 인생을 위로하기에 여전히 최고의 뮤지컬이라 불리고 있다.한편 ‘헤드윅’은 오는 5월 29일 공연을 마치며, 조승우와 서문탁의 ‘헤드윅’은 오는 4월 24일까지 볼 수 있다./leejh@fnnews.com 이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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