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올 두차례 금리인상 소식에.. 달러 약세·원화 강세
옐런 '뜻밖의 선물' 통화완화 우호적 메시지
위험자산 선호심리 확대.. 한·미 금리차 더 안벌어져
금리정책에도 여유 생겨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3월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당초 1.40% 안팎에서 형성된 금리 목표가 0.90% 근처로 내려갈 것으로 판단했다. 현행 금리가 0.25~0.50%임을 감안하면 연내 한두 번 더 올릴 수 있다는 의미다. 당초 4회에서 크게 줄어든 수준이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이날 성명에서 "고용은 호조지만 임금인상률이 높지 않고 물가상승률 목표치 2%도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며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의 움직임이 미국 경제에 지속적인 위험을 주고 있다"고 기준금리 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미 고용지표 호조에도 글로벌 경제를 이유로 금리인상을 미룬 것이다.
예상보다 더 통화완화적 메시지가 나오면서 시장에서는 즉각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확대됐다.
■정부 "우리 경제에 긍정적"
일단 정부는 미 금리동결로 불확실성이 줄어든 만큼 우리 경제에는 긍정적 효과를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7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한 후 "(FOMC 회의 결과에 대해) 무엇보다 불확실성이 많이 제거됐고, 경제에서 불확실성이 줄어든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정 이후 원·달러 환율이 급락(원화 강세)한 데 대해서도 "불확실성이 제거되니 안전성에 영향을 미치고, 그것이 환율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기재부는 이날 송인창 국제경제관리관 주재로 시장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미국의 기준금리 동결이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을 점검했다. 당초 시장 변동성이 커질 경우에 대비해 관계부처를 소집, 합동회의를 열 참이었으나 연준 메시지가 생각보다 우호적으로 나오면서 자체 동향 점검으로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연준발(發)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FOMC 성명서에 글로벌 경제·금융 시장에 대한 우려가 포함되면서다. 국제금융센터 김윤경 연구원은 "연준이 금리를 점진적으로 인상하기는 하겠지만 글로벌 경제에 대한 우려가 나오면서 통화정책 불확실성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제가 위축되면 우리 수출에도 부정적 영향을 주게 된다.
앞으로 미국의 고용지표 호조가 이어지고 물가 상승세가 뚜렷해질 경우 더 이상 금리인상을 지연하기 힘들 것이라는 점도 김 연구원은 지적했다.
■한은에 시간 벌어줬나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한국은행이 통화정책을 펴는 데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과 한국의 금리 차이가 좁혀지면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투자자금이 급격히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로 그동안 한국은행은 연준과 금리정책 기조를 맞춰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 지표만 보자면 연준이 충분히 금리를 올릴 수 있었는데 세계 경제와 신흥국 여건을 감안해 동결을 결정했다"면서 "한은으로서는 더욱 적극적인 액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급등하긴 했지만 원화 가치가 여전히 환율경쟁에서 소외된 채 움직이는 데다 물가하락(디플레이션)도 구조적 문제라는 것이다. 성 교수는 다만 "다음 달 금융통화위원이 4명이나 교체되기 때문에 (금리를 내릴) 기회를 실제로 잡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턱대고 기준금리를 내리는 것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연준 메시지가 생각보다 완화적으로 나왔지만 안심하긴 힘들다"면서 "매우 불안정하던 시장이 소강 상태에 접어든 정도"라고 말했다.
이전보다 한은의 통화정책 여력이 확보된 것은 맞지만 자본유출, 가계부채 등 예상되는 부작용을 제어할 장치를 마련해 놓지 않고 무턱대고 내릴 수 있는 시점은 아니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원·달러 환율은 내려가는 압력을 받겠지만 정부 구두개입까지 나올 정도로 오르던 것이 정상화되는 것"이라면서 "지금은 통화정책만 아니라 재정 등 여러 가지 폴리시 믹스(정책 조합)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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