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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차거래 잔고 사상 최대수준...증시에 독일까 약일까

최근 주식시장에서 대차거래 잔고가 사상최대 규모를 이어가면서 주가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차거래 잔고 증가는 일반적으로 공매도 증가로 이어지는 주가 하락의 시그널로 인식돼 왔기 때문이다. 반면 업계 일각에서는 외국인 순매수 지속과 함께 지수 상승을 이끄는 단기자금으로의 유입 가능성도 보고 있다.

21일 한국거래소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8일 현재 국내 주식시장에서 대차거래 잔고는 58조8508억원으로 나타났다. 대차거래는 주식을 빌려서 매도한 후 일정기간 이내에 시장에서 주식을 다시 매입해 갚는 거래를 말한다.

올해 초 43조9094억원 수준이던 대차거래 잔고 규모는 이후 증가세를 지속하면서 1월 한달에만 10조가 넘게 증가했다. 이어 지난달에는 월평균 56조9367억원까지 늘어난데 이어 3월 들어서는 줄곧 58조원을 웃돌며 사상 최고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 10일과 11일에는 59조원까지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대차거래 잔고가 증가했다는 것은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주식을 빌려 매도한 후 나중에 주가가 떨어지면 매수해 상환함으로써 수익을 올리는 공매도 용도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차거래가 반드시 공매도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공매도 하려는 투자자가 많으면 대차거래도 늘어난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통상적으로 대차잔고를 공매도 선행지표로 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차잔고가 모두 공매도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잔고의 상당량이 외국인이나 기관에 의해 차익거래 목적의 공매도에 활용되고 있다"면서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대차잔고 급증하면 우려가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의 대차거래 증가로 주가지수 하락여부를 판단하기는 성급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유럽, 일본 등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잇따르면서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유럽 등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대차잔고가 증시에 단기자금으로 유입될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은 이달 들어 이날까지 지난 8일(-957억원)과 9일(-183억원)을 제외하고는 순매수를 이어가고 있다. 이 기간 외국인 순매수 규모는 3조1284억원에 달한다.

김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차거래 잔고가 향후 지수하락 가능성을 나타내지만 글로벌 위험자산 회피심리 완화와 외국인 순매수로 코스피가 장중 2000선을 회복하는 등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최근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올라선 대차거래 잔고 금액이 향후 단기 매수세 유입으로 이어지면서 지수의 상승폭을 더욱 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