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가전업체들 내수 감소로 글로벌 시장 본격 공략
아직 기술수준 낮지만 M&A·R&D 확대로 잠재력 커
최근 도시바의 백색가전사업을 인수한 중국 최대 가전기업인 메이디가 향후 5년 안에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글로벌 선두주자들을 위협할 '경계대상 1호'로 떠올랐다.
■내수시장 한계에 M&A 폭주
6일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작년 중국 가전업체인 메이디, 하이얼, 스카이워스, 하이센스 등은 내수시장의 성장 한계로 해외시장 개척에 몰두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소비부양책으로 중국 가정 내 가전 보유량은 포화상태다.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 혜택으로 중국 농촌의 냉장고, 세탁기, 컬러TV 보급률은 2009년 37%, 53%, 108%에서 2013년 73%, 71%, 113%까지 상승했다. 도시에서는 전 가전제품의 보급률이 100%에 달했다.
이 때문에 중국은 2014년 냉장고, 세탁기, 평판TV 등 핵심 가전제품들이 모두 역신장을 했고 작년에도 에어컨과 냉장고는 각각 시장 규모가 10%, 7% 감소했다.
중국 가전업체들로서는 더 이상 내수시장만으로는 버틸 수 없는 한계상황에 다다르면서 해외시장 개척에 사활을 걸게 된 것이다. 작년 스카이워스가 독일 메츠의 TV사업권과 도시바 인도네시아 공장을 인수한 데 이어 하이센스가 샤프의 멕시코 공장을 합병해 북중미 시장에서 인지도 제고를 노리고 있다. 올 들어서도 하이얼이 1월 제너럴일렉트릭(GE) 가전사업부를 54억달러(6조2316억원)에 인수해 세계 가전업계를 놀라게 했다. 여기다 중국 최대 가전사인 메이디가 지난달 도시바의 백색가전사업 지분 80.1%를 사들이면서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메이디, 5년 후 삼성.LG 위협
인수합병(M&A)을 통한 글로벌화 전략에도 중국 가전기업들이 삼성전자, LG전자 등 글로벌 선두기업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실제로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밀워드브라운이 매년 발표하는 글로벌 100대 브랜드에는 아직까지 중국 가전기업이 포함된 적이 없다.
자오유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하이얼이 1999년 글로벌화에 시동을 걸면서 미국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17년이 지난 지금도 미국 소비자에게 낯선 이름"이라며 "대대적인 브랜드 홍보로 소비자의 관심을 끌 수는 있지만 장기간 유효한 브랜드 영향력을 갖는다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7대 가전기업의 특허 수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특허 수에 미치지 못하는 등 기술 수준도 세계 선두주자들과 아직 격차가 크다.
다만 중국 최대 가전사인 메이디는 한국 등 선두기업들을 위협할 만한 잠재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됐다. 우선 메이디는 연구개발비 비중을 2012년 0.9%에서 작년 2.8%까지 늘리면서 기술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메이디는 작년 해외매출 비중도 중국 기업 가운데 가장 높은 50%에 달할 정도로 글로벌화에 성과를 내고 있다.
자오유 연구원은 "평균적인 중국 가전기업들의 글로벌 사업 역량은 부족하지만 선두 기업만 놓고 보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며 "메이디는 브랜드의 글로벌 영향력은 낮지만 기술 수준, 수익성, 현금 규모 등 모든 면에서 중국기업 중 단연 돋보인다"고 전제했다. 그는 "메이디가 도시바 인수를 통해 해외공장과 해외 판매채널을 손에 넣게 되면서 글로벌 사업 능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만약 도시바를 인수한 후에도 5년 정도 메이디의 연구개발 투자, 기술 수준, 수익성이 모두 현 수준의 성장세를 유지한다면 중국 기업 중에서 처음으로 글로벌 시장의 강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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