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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와 소대장 30년 인연'…3사단 GOP에 북카페 설치

북한과 대치하기 때문에 늘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육군 3사단 GOP 장병들은 최근 특별한 선물을 받았다.

여가를 이용해 마음껏 책을 읽고, 전역을 앞둔 장병은 공부까지 할 수 있는 북카페가 탄생한 것이다.

컨테이너를 개조해 만든 북카페는 10여 명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도록 책 700여 권, 책상, 의자, 탁자가 마련됐다.

민간인 출입통제선 이북에 있다 보니 '육지 속의 섬'처럼 고립된 GOP에서 장병들이 여가를 활용하고, 전역 이후를 대비한 취업 준비까지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건희(21) 일병은 "이제 매일 근무를 마치면 북카페에서 책을 읽을 계획"이라며 "마음껏 책을 읽고 공부할 수 있도록 멋진 북카페를 선물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반겼다.

전군에서 처음으로 모든 GOP에 북카페가 설치된 것을 육군 3사단이 최초다.

육군 3사단은 지난해 4월 8일 전군 최초로 북카페 1호점을 연지 1년 만에 18호점까지 개설했다.

일부는 컨테이너 형태의 북카페를 옮기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로 진입로가 좁아 자재를 운반해 현장에서 조립했다.

예산 부족으로 북카페를 설치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데 1년 만에 북카페가 18호점까지 늘어난 것은 이제는 기업체 대표와 사단장이 된 30년 전 한 병사와 소대장이 있어 가능했다.

3사단의 북카페 중 14곳을 설치하도록 앞장선 ㈜세봉의 오승훈(57) 대표는 1985년 봄 강원 고성군의 최전방 수색대에서 소대장을 처음 만났다.

당시 일병이던 오 대표는 소대장 남영신 소위를 만나 함께 뛰고 훈련하면서 무사히 군 생활을 마쳤다.

그는 전역 후에도 소대장이 이동하는 곳마다 찾아갔고, 소대장이 사단장으로 철원에 오자 북카페 조성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오 대표는 "군 복무 시 정이 많이 들었고, 소대장님이 많이 사랑해줬다"면서 "전역하고 나서도 1년에 5∼10번씩 부대를 찾아가면 기분이 좋고, 젊은 기운까지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책 한 권이 사람의 인생을 바꿔 놓는다"며 "지금까지 군부대에 북카페 21개를 만들었는데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육군 3사단은 9일 오후 GOP 북카페 18호점 개관식을 열어 오 대표 등에게 감사패를 전달할 예정이다.

부대 측은 "육군 차원에서 북카페를 설치하는 사업을 하고 있지만, 예산 사정 때문에 빨리 진척시키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서 "오 대표가 북카페를 기증하는 데 큰 도움을 줘 전군 최초로 전 GOP에 설치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