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21일 국내에서 날로 규모가 늘고 있는 해외채권에 대한 투자가 용이하도록 유럽 등에서 성공적으로 운영중인 채권 전문투자자시장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최 이사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거래소에서 진행된 '신용보증투자지구(CGIF)-한국거래소(KRX) 공동개최 한국 채권투자 포럼'에서 "해외채권에 대한 투자욕구를 충족하고 거래편의를 증진하기 위해서는 채권시장 인프라 및 제도가 개선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문투자시장 도입 필요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저금리 기조에 따라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해외채권에 대한 투자 규모는 2008년 34조원에서 2015년 98조원으로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채권투자 잔액은 2008년 1349조원에서 2015년 2410조원으로 증가했다. 2015년 현재 개인투자자 비중은 7.4%에 머문 반면 기관투자자 비중은 92.6%로 압도적이다.
이 때문에 충분한 투자경험과 완충자본을 갖고 있는 기관(전문)투자자를 위해 공모조건이 보다 완화된 시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 이사장은 글로벌화의 진전으로 앞으로도 해외채권에 대한 국내 투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때문에 채권 전문투자자시장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권 전문투자자시장은 증권신고서 등 채권발행절차를 간소화해 자금조달편의를 제고하되, 투자판단능력이 있는 기관 등 전문투자자만 시장에 참여가 가능하다.
최 이사장은 "룩셈부르크, 런던, 아일랜드 거래소 시장 등은 전문투자자시장을 해외기업의 채권발행 및 상장유치 허브로 활용하고 있다"면서 "아시아에서도 싱가포르, 홍콩, 일본 거래소 등 경쟁 자본시장에서 도입·운영중"이라고 설명했다.
■영문공시·사모발행 등 제도보완
이와 관련 해외 주요 시장들은 공모가 아닌 사모형식과 영문공시를 기반으로 해외 발행자의 국내 채권발행을 활성화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자국의 불특정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공모의 경우 해외 발행자에게도 엄격한 공시를 요구하기 때문에 발행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공시 언어의 국제화(영문) 없이는 해외 발행기업 유치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석 자본시장연구원 대외금융협력센터장은 "공모의 경우 자국의 불특정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자국 발행자에게도 엄격한 공시를 요구하며 이런 공모조건은 해외 발행자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면서 "해외 발행자 입장에서는 국가 간에 존재하는 다양한 제도적, 문화적, 시장 구조적 차이로 인해 공모 발행이 더욱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해외채권 투자의 편의와 활성화를 위해서는 대외투자를 촉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해외 우량기업의 채권 발행을 국내 시장으로 유인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국내에서도 사모를 기반으로 채권발행을 하되 전매제한을 완화하는 대신 투자자 범위 제한과 일정 수준의 정보제공을 전제로 하는 전문투자자 시장 설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국내외 발행자들이 어떤 통화로든 자유롭게 자금을 조달하고 거래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때문에 외국기업의 국내 채권 발행에 관해서는 외환거래법상 절차적 규제가 걸림돌이라 이에 대한 제도적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 센터장은 "현행 외환거래법은 비은행 금융기관이 각종 외환업무를 수행하는데 법적 위험이 있어 외환업무 자체가 위축될 우려가 있고 나아가서는 금융산업 발전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면서 "관련 제도 정비를 통해 우리 금융사의 투자은행(IB)영역 확대 및 국제역량 강화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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