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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게시물 잊힐권리, '불만 일색' 업계 vs. '밀어붙이는' 정부

"가이드라인 강행보다 실효성 갖추는게 더 중요"

인터넷에 올린 자기의 글이나 사진 등 게시물을 남들이 보지 못하도록 하는 자기게시물 잊힐권리 가이드라인 시행을 둘러싸고, 정부와 업계의 이견이 좀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당초 계획대로 6월 가이드라인 시행을 밀어붙이고 있고, 인터넷 업계는 가이드라인을 지키기 어려운 명분을 내세워 반대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대로 가이드라인을 강행하면, 그렇잖아도 강제성 없는 가이드라인을 따르는 인터넷 업체는 없이 허울뿐인 가이드라인이 되지 않겠느냐는 걱정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무조건 가이드라인 6월 시행만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업계의 입장에 귀를 기울이는 전향적 자세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확산되고 있다. 인터넷 업계 역시 무조건 반대입장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인터넷 이용자 보호 차원에서 가이드라인을 수용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정부와 업계가 협의를 통해 가이드라인을 실효성 있는 규칙으로 안착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업에 방해"...사사건건 반대만 하는 인터넷 업계
방송통신위원회는 10일 서울 중대로 한국인터넷진흥원에서 '온라인 개인정보보호 정책 설명회'를 열어 자기게시물 잊힐권리 가이드라인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블라인드 방식에 대해 인터넷 사업자의 판단에 따라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블라인드 증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수정안을 내놨다.

블라인드는 인터넷 게시물이 보이지 않도록 임시처리를 하는 것인데, 게시물 작성자가 자기게시물을 보이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하면 게시물을 가려 놓는 방식이다. 페이스북 등 일부 인터넷 업체들이 블라인드 방식을 적용할 수 없는 특성을 내세워 자기 게시물이 검색되지 않도록 해달라는 이용자의 요청이 접수되면 아예 게시물을 삭제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를 수용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인터넷 업계는 불만을 제기했다. 게시물을 삭제한 뒤 분쟁이 발생해 게시물을 다시 복원해야 하는데도 복원할 수 없는 경우 누가 책임을 질 것이냐는게 불만 내용이다. 30일간 블라인드가 가능하도록 하는 정보통시망법의 임시조치는 인터넷사업자에게 면책 조항이 적용됐지만, 잊힐권리 가이드라인에는 면책이 없어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쪽 입장을 들어 가이드라인을 수정하면 또 다른 쪽에서 불만을 내놓는 일이 이어지면서, 반대를 위한 반대를 되풀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6월 강행"...밀어붙이기만 하는 정부
업계의 반대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방통위는 가이드라인 6월 강행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설명회에 참석한 넥슨 관계자는 "게임 게시판에 블라인드와 같은 시스템을 적용하는 것이 시스템적으로 쉽지 않다"며 "6월까지 시스템 구현과 가이드라인과 관련해 추가적으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해 유예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방통위는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에서의 임시조치와 같이 접근배제와 관련한 추가 가이드라인 시스템을 만드는데 (시간이)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 않다"며 "중소사업자도 (시스템을) 충분히 갖출 시간이 있었다고 본다.
최대한 빠른 시간내로 준비해달라"고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같은 입장차를 놓고 일각에선 많은 논의가 있었던 만큼 강행하는 모양새보다 합의점을 좁히는 노력을 더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수년간의 논의 끝에 자기게시물에 한정해 한국판 잊힐권리를 만들어나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이러한 제도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행정부가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자칫 가이드라인의 실효성을 떨어뜨릴 수 있어 시행전 협의가 더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