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익스는 도둑놈이다. 페이긴은 장물아비다. 소년들은 소매치기다. 여자애는 창녀다.'
영국 찰스 디킨스의 소설 '올리버 트위스트'의 서문에 나오는 내용이다. 주인공 올리버는 빈민구제소에서 태어난 고아다. 올리버는 태어난 후 빈민구제소 인근 고아원으로 보내진다. 그는 추위와 굶주림에 '죽을 더 달라'고 요구하다가 호된 매질과 구금을 당한다. 그는 고아원에서도 쫓겨나 장의사 소어베리의 도제가 된다. 얼마 가지 못해 그곳에서도 쫓겨난다. 그는 런던으로 향한다. 그는 런던에서 악당 페긴이 이끄는 도둑 소굴로 들어가 소매치기 생활을 한다. 그 후 파란 많은 인생여정을 거쳐 메일리 부인과 로즈, 의사 로스번의 도움을 받아 행복을 찾는다.
올리버 트위스트는 18세기 산업혁명 시기를 배경으로 한다. 찰스 디킨스는 올리버 트위스트를 통해 당시 영국 사회의 불평등한 계층화와 산업화의 폐해를 고발했다. 18세기에 영국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면을 빨리, 많이 만들어낼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그 결과 증기기관, 방적기, 직조기 등 대량 생산기계를 탄생시켰다. 그러나 대량 기계가 보급되면서 옷 만드는 기술을 가진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었다. 빈부격차도 커졌다. 결국 분노와 절망에 빠진 사람들은 공장을 습격해 기계를 부수기도 했다. 일명 '러다이트 운동'이 벌어졌다. 이들은 기계화와 자동화에 반대해 밤마다 가면을 쓴 채 기계를 부수거나 공장을 허물었다. 산업혁명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였지만, 그 부작용은 심각했다는 방증이다.
1차 산업혁명 이후 200여년이 흘렀다. 역사는 반복되는 것일까. 전 세계적으로 제조업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4차 산업혁명의 기운이 움트고 있다. 그 핵심엔 스마트공장이 있다. 우리 정부도 오는 2020년까지 스마트공장을 1만개 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스마트공장은 전통적인 굴뚝형 공장에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시키는 미래형 공장이다. 스마트공장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데 공감한다. 그러나 1차 산업혁명 때의 부작용을 돌이켜볼 때 스마트공장 도입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고도성장기 때처럼 무작정 밀어붙이기엔 폐해가 너무 크다.
당장 스마트공장이 구축되면 공장 내 종전 일자리가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건 삼척동자도 예측한다. 가뜩이나 청년 취업난이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된 상황에서 '제2의 러다이트 운동'의 촉발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올해 4월 청년 실업률이 10.9%를 기록했다. 역대 최고 실업률이다. 정부가 끊임없이 청년 실업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청년 실업률은 계속 치솟고 있다.
우리나라는 스마트공장의 원천기술이 해외에 비해 열악한 것도 문제다. 현재 스마트공장 관련 주요 기술 경쟁력은 주요 선진국의 70% 수준이다. 자칫 소수 외국 기업의 배만 불릴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올리버 트위스트 중 올리버가 배고픔에 못이겨 배식시간에 "죽 한 그릇만 더 주세요"라고 애원하는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다. 어쩌면 우리 청년들도 절박함에 있어 올리버와 처지가 다르지 않다.
우리 청년들도 "일자리 한 개만 더 만들어주세요"라고 말하고 싶을 게다. 오죽하면 '헬조선'이란 말이 나돌까.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스마트공장 정책이 단순히 기업의 생산성 향상의 관점만 봐서는 안 되는 이유다. 우리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는 스마트공장 정책을 기대한다.
hwyang@fnnews.com 양형욱 산업2부장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