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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전략' 접고 스타트업과 함께 간다

통신업체들 달라진 글로벌 진출 전략
"강소기업 제품 적극 밀어주자" CEO들이 직접 중요성 강조
MWC서 별도 전시공간 제공도

'나홀로 전략' 접고 스타트업과 함께 간다

통신사업자들의 글로벌 시장 공략의 가장 큰 특징은 벤처,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 등 파트너사들이 전면에 나선다는 것이다. 기존 직접적인 통신망 투자나 네트워크 기술 수출 위주의 해외 진출 전략이 '나홀로' 전략이었던 것과는 사뭇 다른 접근 방식이다.

SK텔레콤이나 KT 같은 대형 통신회사들이 앞장서고, 그 뒤에 대규모 스마트업들이 사업에 동참해 해외에서 실적을 올리는 대규모 '선단형' 해외진출 전략인 것이다.

특히 IoT가 글로벌 시장 진출의 첨병으로 자리잡으면서 이런 분위기는 더욱 확산되고 있다. 다양한 사물이 통신망에 연결되는 IoT 산업의 특성상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들이 등장할 수밖에 없다. 통신사업자가 모든 제품과 서비스를 스스로 개발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IoT산업의 특성 때문에 선단형 해외진출 방식이 급부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황창규 KT 회장 "한국형 히든 챔피언 K챔프 육성해야"

스타트업과 함께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는 것은 통신사 최고경영자들의 의지이기도 하다. 황창규 KT 회장은 한국형 히든챔피언 'K챔프'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황 회장은 "스타트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강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KT그룹이 가진 역량을 모두 동원해 지원할 계획"이라며 "강력한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에 창조DNA를 활용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한국형 히든챔피언인 'K챔프'를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KT는 스타트업 육성에 더욱 박차를 가하기 위해 3단계 지원전략도 마련했다.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가 육성하는 스타트업에 대한 직접 지분투자를 늘리고 스타트업과의 공동사업을 더욱 확대하는 한편 국내외 판로지원 등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또 전국 주요 지역에 위치한 KT 지사를 리모델링해 스타트업들이 본격적인 사업화를 위한 전용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K챔프 센터'를 운영키로 했다.

■장동현 SKT 사장 "IoT 시대, 한 기업이 모든 서비스 구현 불가능"

장동현 SK텔레콤 사장도 지난 2015년 MWC에서 기자들과 만나 "IoT 시대엔 한 기업이 모든 서비스를 구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스타트업 등 가능성 있는 기업들과 협력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장동현 사장은 MWC 현장을 방문해서도 글로벌 통신사업자 부스는 물론 소규모 스타트업들의 전시부스를 살펴보는데도 주력했다. 스타트업들의 다양한 아이디어가 없으면 IoT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내놓기 쉽지 않다는 것이 장 사장의 생각이다. SK그룹이 대전과 세종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지원하고, 브라보 리스타트라는 창업지원 프로그램 등으로 스타트업 키우기에 주력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MWC에서도 스타트업 제품에 전시부스 할애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6에 전시부스를 꾸린 SK텔레콤과 KT는 전시부스의 상당부분을 스타트업들에게 할애했다. 자신들이 지원하고 있는 스타트업들에게 해외 진출의 문을 열어주기 위해 전시공간을 따로 마련해준 것이다.

KT는 스마트폰 전용 스탬프를 개발한 '12CM', 전기충격기 기능을 갖춘 스마트폰 케이스를 개발한 '247', IoT 기반 스마트 레버락을 개발한 '아마다스', 스마트공장 시스템을 내세운 '울랄라랩' 등 다양한 스타트업과 함께 전시 부스를 채웠다.

SK텔레콤은 총 30개의 작은 핀이 내장된 세계 최초 시각장애인용 점자 스마트워치를 개발한 '닷(Dot)'과 가상현실기기를 통해 영상을 보는 이용자가 시선만으로 재생이나 중지 등을 조작하는 서비스를 내놓은 '비주얼캠프' 등과 함께 전시부스를 꾸렸다.

통신사 관계자는 "IoT 네트워크 위에서 셀 수없이 많은 제품과 서비스들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통신사가 모든 것을 다 콘트롤할수는 없는 것"이라며 "가능성 있는 제품과 아이디어를 지원해서 더 효율적인 IoT 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해 다양한 중소, 벤처기업들을 지원하고 그들과 함께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같은 중소기업들과 함께 한 제품들의 해외 성과도 속속 가시화되고 있다. KT는 지분까지 투자한 스타트업 카비의 카메라 영상기반의 차량 안전주행 보조시스템(ADAS), 지오아이티의 헬스와 게임을 결합한 기가 IoT 헬스바이크 등을 중국 차이나모바일에 소개하면서 해외 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중소기업과 함께 개발한 초소형 빔프로젝터 'UO스마트빔레이저'와 공기질을 측정하는 'UO에어큐브'를 중국 시장에 선보이기도 했다.

허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