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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산책] 오용석 '미래의 기억'

우리가 사는 곳이 곧 거대한 연극 무대

[그림산책] 오용석 '미래의 기억'
오용석 '미래의 기억'

미국 의회 의사당 주변을 맴도는 유에프오(UFO), 눈 덮인 산에 곤두박질치는 비행선, 어둠이 깔린 하늘을 뚫고 우주선에서 내려오는 외계인. 오용석 작가의 '미래의 기억'에는 공상과학 영화에서 한두 번 보았을 법한 장면들이 조각조각 이어진다. 작가는 192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로 이어지는 할리우드 공상과학영화 장면들에 영화 속 장소와 유사한 오래된 동영상, 사진 혹은 작가가 직접 촬영한 장면들을 새로이 조합했다. 완성된 비디오 콜라주는 마치 작은 조각보를 이어붙인 듯한 모습이다.

영화 속 장면과 일상의 풍경이 다시 점으로 펼쳐지는 작품 속 공간은 예측하지 못한 아이러니한 사건들로 산만하다. UFO가 내려앉는 한편에서 산책을 한다든지, 외계인의 접선이 이뤄지고 있는 와중에 천막과 의자들이 놓인 노상이 보인다든지 하는 것이다. 이처럼 작가가 새롭게 창조한 장면은 참조한 이미지들의 각기 다른 시공간을 한자리에 모아 기존의 내러티브를 분절하고, 중심이라고 생각한 대상을 화면에서 배척시킨다.


과거와 현재, 실제와 가상을 넘나드는 사진·영상 작업에 대한 작가의 관심사는 작가의 이전 작품 시리즈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작가의 자전적 내용이 담긴 과거 사진과 현재 촬영한 장면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작업인 '크로스', 작가가 새로이 촬영한 장면과 영화 속 장면이 마치 이어지는 듯한 느낌을 주는 작업인 '샴 몽타주' 등이다.

느슨한 유사성에 의해 묶일 법한 실제와 가상의 장면들을 가지고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작가는 "조립식 구조물과도 같은 '드라마'의 화면에 놓인 영화와 실제 상황들의 조합은 우리들이 사는 곳이 하나의 거대한 연극 무대임을 보여주고자 한다"고 말한다.

류정화 아라리오뮤지엄 부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