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주·양용은 뒤이어 작년 안병훈 EPGA 우승
올해 이수민·왕정훈도 정상 .. 유럽 기회의 땅으로 여겨져
26일 BMW챔피언십 참가
안병훈
왕정훈
이수민
유럽프로골프(EPGA)투어가 침체 국면인 한국 남자 골퍼들에게 '기회의 땅'이 되고 있다.
EPGA투어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와 함께 세계남자골프의 양대산맥이다. 마스터스서 두 차례나 우승한 스페인의 골프 전설 세베 바예스테로스, 영국 골프의 영웅 닉 팔도, 유럽 골프의 터줏대감 콜린 몽고메리(스코틀랜드)를 거쳐 현재 세계랭킹 3위에 랭크된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에 이르기까지 유럽투어가 배출한 스타들은 즐비하다.
그런 투어에서 한국 선수가 우승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2003년 최경주(46.SK텔레콤)가 독일에서 열린 린데저먼 마스터스서 첫 테이프를 끊은 이후 현재까지 총 8명의 선수가 우승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통산 3승을 거둬 국내 선수로는 EPGA투어 최다승을 기록중인 양용은(44)을 비롯해 위창수(44), 노승열(25.나이키), 정연진(26)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주목할만 것은 8명의 우승자 중 3명이 지난해와 올해에 탄생했다는 점이다. 2013년 정연진의 ISPS 한다 퍼스 인터내셔널 우승 이후 맥이 끊겼던 우승 계보는 지난해 안병훈(25.CJ)이 EPGA투어 메이저대회인 BMW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서 다시 이어졌다. 국경을 초월한 러브스토리의 주인공인 탁구스타 안재형-자오즈민 부부의 아들인 안병훈은 동양인 출신 선수로는 최초로 이 대회서 우승하면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그리고 이는 돌파구를 찾던 국내 남자골퍼들에게 큰 자극제가 됐다. 궁하면 통한다고 했던가. 젊은 유망주를 중심으로 많은 선수들이 더 이상 국내 투어를 기대할 수 없다며 EPGA투어를 노크했다. 물론 아시안투어를 우회하는 방법이었다. 그런 도전방식으로 가장 먼저 꽃을 피운 선수는 지난해 한국프로골프(KPGA)코리안투어 신인왕 이수민(23.CJ오쇼핑)이었다.
이수민은 지난 4월 중국 선전에서 EPGA투어와 아시안투어 공동주관으로 열렸던 선전 인터내셔널 대회서 정상에 우뚝 섰다.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아웃사이더' 왕정훈(21)이 일을 냈다. 왕정훈은 막대한 비용부담과 선수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치열한 경쟁을 피해 주니어 시절 일찌감치 필리핀으로 건너가 아버지와 함께 골프에 정진했다. 그리고 16세 때 나이제한이 없는 중국투어를 통해 프로에 데뷔했다. 그런 그가 중국투어 상금왕 자격으로 아시안투어에 진출, 상금순위 상위 자격으로 EPGA투어 출전 자격을 획득했다. 물론 풀 시드는 아니었다.
그랬던 그가 덜컥 일을 내고 말았다. 출전이 불투명했던 대기자 3번 신분으로 30시간 가까이 비행기를 타고 모로코까지 날아가 EPGA투어 하산 2세 트로피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린 것. 많은 사람들이 그의 우승을 운으로 치부했다. 하지만 그것이 실력이었음이 입증되는 데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 다음주에 인도양 남서부 섬나라 모리셔스에서 열린 모리셔스오픈에서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왕정훈의 성공이 많은 국내 선수들에게 '할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을 준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국내투어 2년차인 한 선수는 "이수민과 왕정훈이 유럽투어에서 우승한 것으로 보고 많은 것을 느꼈다"며 "국내투어가 반쪽이 된 상황에서 많은 젊은 선수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상황에서 이들이 전한 승전고는 우리에게 큰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안병훈, 이수민, 왕정훈은 자신들을 롤 모델로 삼고 있는 국내 선수들과 스스로를 위한 원정길에 나선다. 26일(이하 현지시간)부터 나흘간 잉글랜드 서리의 웬트워스 클럽(파72.7284야드)에서 열리는 EPGA투어 시즌 첫 번째 메이저대회 BMW PGA챔피언십이다. 그 중 안병훈은 타이틀 방어인 셈이다. 안병훈은 "샷감각은 좋다. 플레이어스챔피언십서 컷 탈락한 뒤 23일 현지로 날아와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며 "대회 코스 페어웨이가 넓어 내 주특기인 장타를 적극적으로 살리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지난주 아일랜드오픈서 컷 탈락한 왕정훈은 "컷 탈락 후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 어차피 유럽 본토에서 열리는 대회는 적응기간이 필요하다. 지난주 대회서는 우박을 동반한 폭우로 고전했다"며 "유럽의 강호들이 대거 출전한 이번 대회서 내 능력을 시험해보겠다"고 결전의 의지를 불태웠다.
역시 지난주 대회서 컷 탈락한 이수민도 새로운 마음으로 임하겠다는 각오다. 지난주 아일랜드오픈 우승자 매킬로이가 불참한 가운데 올해 마스터스 우승자 대니 윌렛(잉글랜드), 마르틴 카이머(독일), 그레임 맥도월(북아일랜드) 등이 출전한다. 한국의 양용은도 출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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