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방산통합으로 보는 한국방산의 해법
韓, 수출 위한 글로벌 경쟁력 확보 위해서는 무기 수출 규제 완화 등 정부 적극 개입 필요
함정, 항공기 유도무기 등 무기체계 획득 비용이 천문학적 수준으로 세계 방산업체들의 생존전략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저성장 시대의 돌파구로 방위산업이 주목을 받고 있지만 냉전 이후 막대한 연구개발비와 생산기반을 확보하는 것이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글로벌 방산업체들은 1990년대부터 '통합'과 '전략적 연합'을 통해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방산 전문가들은 "한국의 방위산업이 저성장 시대의 신동력이 되기 위해서는 '해외의 사례'를 통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선진국 방산통합 '전략적 연합'
미국 및 유럽 방위산업은 1990년대 초반부터 구조조정을 통한 규모의 대형화를 해왔고 대형화된 업체가 지상, 해상, 공중에 걸친 사업영역 다각화를 추구해왔다. 무기체계 및 복합 무기체계의 총 수명주기관리체계(TLCSM)를 담당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고 수출경쟁력을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 방산시장의 일인자인 미국의 대표적인 구조조정은 록히드마틴의 출범이었다.
1990년대 미국 방산의 중심이었던 항공산업은 록히드.보잉.노스럽.그루먼.제너럴일렉트로닉 등 다수의 기업으로 나뉘어 기업의 생존을 위한 통합이 대안으로 부각됐다. 1995년 록히드와 마틴 마리에타가 통합돼 록히드마틴으로 출범하면서 미국 전투기 사업은 실질적으로 록히드마틴에 일임되는 체계를 갖췄다. 민수산업과 군수산업을 고루 갖춘 보잉은 수송기 등 지원기를 담당하는 구조를 형성해 항공산업에 선택과 집중이 시작됐다.
영국도 미국처럼 방산업체 간 인수합병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영국의 방산업체들은 미국의 중소방산업체들을 인수해 미국 조달시장에 뛰어들었다. 일례로 영국의 BAE시스템스, 스미스그룹, PLC 등은 미국 업체 총 15개를 인수해 2008년 미국 정부가 해외 방산업체들에 부여하는 계약의 90%를 확보했다.
한편, 미국과 영국의 방산업체 통합은 유럽의 방산업체들을 자극했다. 국제 방산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유럽 방산업체들은 독일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국가를 뛰어넘는 통합을 택했다. 2000년 7월 독일의 DASA(MTU는 제외)와 프랑스 아에로스파시알, 그리고 스페인의 CASA가 하나로 뭉쳐 유럽항공국방우주산업(EADS) 주식회사가 출범했다. 독일과 프랑스는 EADS를 출범해 업체 통합을 넘어 국가 간 기업통합으로 연구개발 및 생산기반 확보의 어려움을 '전략적 연합'으로 극복했다.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한국 방위산업 기반 체계도 선진국처럼 지상, 해상, 공중 그리고 육군, 해군, 공군과 같은 기능이나 군 분류에 상관없이 네트워크 중심전(NCW)의 소요에 요구되는 복합무기체계 및 관련기술을 개발, 생산하고 운영유지까지 수행할 수 있는 1~2개 정도의 종합방산업체를 만들 필요가 있다"면서 "정보기술(IT)분야를 통합해 종합방산업체를 만들고 플랫폼 및 인프라 분야는 체계업체로 특화시켜야 한다. 수출을 위한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기존 체계업체 간의 통합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방산시장 한국의 해법은
지난해 7월 공군회관에서 열린 항공우주력 국제학술회의에 참가한 영국 세인트 앤드류 대학의 마크 드보어 교수는 "1980년대부터 자주국방의 길을 구축해온 중소 국가인 스웨덴과 이스라엘의 사례가 한국에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드보어 교수는 "1987년 이후 이스라엘은 상당히 많은 무기 개발을 포기했고, 스웨덴은 플랫폼을 만들었지만 규모를 축소하고 범위를 줄였다"면서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스웨덴의 항공우주 전자전에 집중한 결과 사브(SAAB)는 외국과 공유하는 다양한 디지털 툴을 개발해 세계적인 공급망 관리 분야의 리더가 됐다"며 "한국과 같은 중견국가는 수출중심의 방위사업을 유지하려면 경쟁력 있는 분야에의 집중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차원의 전략과 정부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드보어 교수는 "무기 수출과 관련된 규제가 완화돼야 한다"면서 "이스라엘의 경우 무기 수출에 대한 규제 완화가 수출자유화로 이어진 좋은 사례다. 이스라엘은 덩치가 큰 플랫폼 생산보다 유연한 생산체계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이런 노력으로 1980년대 방위산업의 수출비율이 30%에서 현재 70%로 성장해 1인당 무기 수출액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 간의 과도한 경쟁을 막아야 한다"면서 "2009년 이후 폐지된 '전문화.계열화'제도를 부활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산업계에 따르면 전문화.계열화의 폐지로 1개 방산품목에 다수의 업체가 경쟁하는 구도로 변화했다. 이로 인해 업체 간 과잉 경쟁과 중복투자, 품질보다 가격이 우선시 되는 '최저가 입찰'의 폐해가 나타나 국내 방산업체들의 국제 경쟁력이 저하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별취재팀:조창원 팀장 문형철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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