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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격호로 향하는 검찰 칼날에 고민쌓인 두 아들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의 칼끝이 신격호 총괄의 비자금 쪽으로 향하면서 경영권 분쟁중인 신동주-신동빈 두 아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재계에선 이번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의 전면 수사가 두 아들의 경영권 분쟁에서 촉발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경영권 분쟁와중에서 검찰에 제보한 롯데그룹의 회계 자료가 이번 압수수색의 결정적 단초를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동생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향해 퍼부었던 공세가 아버지 신 총괄회장에 대한 검찰 조사로 부메랑이 돼 돌아온 셈이다.

20일 롯데와 SDJ코퍼레이션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으로 향하는 검찰의 칼날에 두 아들인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비상체제에 돌입해,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검찰의 압수수색 과정에서 신 총괄회장과 신 회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한 수사가 집중돼 이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그동안 한·일 언론 기자회견을 통해 공세를 펼쳤던 신 전 부회장은 이번 검찰 전면 수사 이후 입을 닫았다. 아버지에 대한 검찰 수사로 인한 자책이 심했을 것이라는 게 재계의 평가다.

신 회장의 고민도 만만치 않다. 신 회장이 아버지인 신 총괄회장을 대신해 최근 2~3년간 사실상 한국 롯데그룹을 이끌어왔기 때문이다. 아버지 신 총괄회장에 대한 수사결과가 유죄로 나올 경우 신 회장의 경영책임도 완전히 피할 수 없게 된다. 신 총괄회장은 지난해 경영분쟁 이전까지 신 회장으로 부터 경영 보고를 받아왔다.

■신격호, 병원 옮기며 장기입원 수순
검찰의 압수수색 하루전인 지난 9일부터 서울대병원에 입원해왔던 신 총괄회장은 지난 18일 병원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으로 옮기고 장기입원 수순을 밟고 있다. 검찰의 수사 강화에 대비한 포석이라는 평가다. 이번 신 총괄회장의 입원 병원 변경은 신 전 부회장의 결정에 따른 것이다. 일각에서 신 총괄회장의 건강이 악화돼, 위독한 것이 아니냐는 소문도 돌았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신 총괄회장 측 관계자는 "병 치료를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고령에 따른 추가 건강악화를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신 총괄회장이 검찰의 수사를 피해 장기입원을 선택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신 총괄회장은 성년후견인 신청에 대한 건강검진으로 서울대병원에 입원했을 당시에도 병원생활의 답답함 등을 호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 생활을 거부했던 신 총괄회장이 특별한 증세 없이 장기 입원을 선택한 것은 장남인 신 전 부회장의 의견이 대부분 반영됐다. 신 총괄회장의 숙소가 그동안 롯데호텔이었다는 점도 이전 장기입원의 배경이 됐다. 검찰의 롯데그룹에 대한 압수수색이 두차례나 벌어진 상황에서 고령인 신 총괄회장을 검찰 수사가 진행중인 롯데호텔로 일부러 빨리 모실 이유가 없다는 것.

검찰은 최근 신 총괄회장의 개인금고에서 30억원의 정체불명의 돈 다발을 찾아낸데 이어 그룹 계열사간 복잡한 밀어주기 지원에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또 신 총괄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이 롯데면세점 입점 대가로 뇌물을 받았는지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 모두 신 총괄회장이 최근 건강이 쇠약하기 전에 직접 알았거나 간접적으로 관여했을 수 있는 사안들이다. 장녀인 신 이사장은 최근 아버지에 대한 성년후견인 신청이 제기되기 전까지 신 총괄회장으로부터 총애를 받아왔다.

■역대 정권과 유착설까지 확대
검찰의 수사가 신 총괄회장의 경영활동이 활발하던 이전 정부시절까지 확대될 조짐을 보이면서 롯데그룹은 초조함을 보이고 있다. 롯데그룹은 제2 롯데월드 사업의 인허가 과정에서 MB특혜설이 제기돼, 이전 정부와 유착설이 제기됐다. 롯데그룹은 박정희 대통령의 요청으로 한국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를 시작했고, 전두환 정권때는 정부의 독려속에서 올림픽을 앞두고 잠실 롯데월드와 호텔 등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를 결정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선 이후 신 회장이 실질적인 그룹 총수 역할을 해왔다. 최근 2~3년간의 롯데그룹의 경영은 신 회장이 사실상 이끌어오면서 이전 정부에 비해 관계가 소원했다는 게 재계의 평가다.

신 총괄회장이 숙소인 롯데호텔에서 지난 2013년 미끄러져 고관절 수술을 받은 이후 건강이 악화돼. 대부분의 경영활동은 신 회장의 보고를 통해서 이뤄졌다. 이런 이유로 이후의 롯데그룹 부실에 대해선 신 회장도 검찰 수사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신 회장은 미국 출장길에 나섰다가 지난 12일부터 일본에서 머물고 있다.
신 회장은 오는 25일로 예정된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 이후 곧바로 한국으로 돌아오겠다고 했다. 하지만 신 회장이 곧바로 귀국하지 않고 당분간 일본에 머물면서 검찰의 수사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에대해 "신 회장은 그동안 경영활동에서 보면 회피하지 않고 정면돌파하는 스타일이여서 검찰 수사에서도 마찬가지 일 것"이라고 전했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