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카뮈와 서태지가 만났다,두 남자의 주크박스 '페스트'에서..

뮤지컬계의 '환상콤비' 노우성 연출-김성수 음악감독
7월 22일 개막하는 '페스트'
알베르 카뮈의 소설 각색해 서태지의 음악 입힌 작품
"부담감 큰 만큼 자신 있어요"
24일 막내리는 '에드거 앨런 포' 그의 비극적 삶 그린 작품
"이 작품의 최우선가치는 음악, 음악 통해 포 느낄수 있을 것"

카뮈와 서태지가 만났다,두 남자의 주크박스 '페스트'에서..
노우성 연출(왼쪽)과 김성수 음악감독 사진=서동일 기자

서울 신사동 광림아트센터 연습실의 입구에는 두 개의 공연 포스터가 나란히 붙어있다. 하나는 이곳에서 오는 7월 24일까지 공연하는 '에드거 앨런 포'이고, 다른 하나는 7월 22일 개막하는 뮤지컬 '페스트'. 모두 올여름 기대작으로 꼽힌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같은 연습실에 붙어 있어야 할 더 특별한 이유가 있다. 두 작품의 연출가와 음악감독의 같기 때문. 뮤지컬계 환상의 콤비로 떠오른 노우성 연출과 김성수 음악감독은 요즘 밤잠을 포기하고 매일 같은 연습실로 출근한다. '에드거 앨런 포'와 '페스트', 모두의 성공을 위하여.

최근 연습실에서 만난 노 연출과 김 음악감독은 "이렇게 바로 연달아서 하게 될 줄 상상도 못했다"며 손사레를 쳤다. "극장 대관이 잡히는 일정에 따라 진행되니까 예상할 수 없었죠."(김) "하루에 3시간도 못잔 지 꽤 오래됐어요. 감독님은 아마 못 잔 날이 많을 거에요. 제가 너무 괴롭혀서. 하하."(노)

'에드거 앨런 포'는 미국의 셰익스피어로 통하는 19세기 천재 시인이자 소설가 에드거 앨런 포(1809~1849)의 비극적 삶을 그린 작품으로 이번이 한국 초연이다. 프로그레시브 록의 대중화를 이끈 스코틀랜드 출신의 유명 작곡가 에릭 울프슨의 유작으로, 기존의 브로드웨이 뮤지컬 작법을 탈피하는 참신한 음악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다만 2009년 독일에서 쇼케이스 형태로 초연된 탓에 대본의 완성도가 떨어진다.

창작 뮤지컬 '셜록홈즈' 시리즈로 대박을 터뜨린 노 연출은 스토리텔링 강자로 꼽힌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많은 말을 지양했다. 그는 "이 작품의 최우선 가치가 음악이라는 판단이 들었다"며 "드라마를 삽입하기 보다 음악을 통해 관객이 포를 느낄 수 있도록 집중했다"고 말했다.

덕분에 음악감독의 역할이 커졌다. '갈가마귀' 등 새로운 곡을 작곡해야 했고 공연 중 오케스트라 피트 안에서 지휘자의 역할은 기본이고 공연 전체를 관장한다. 보통 조명.무대를 전환하는 큐 권한을 무대감독이 가지고 있는데 이 작품은 음악으로 모든 큐가 시작된다. 그러니 음악감독이 수장이 되는 셈. 록을 기반으로 한 얼터너티브 장르의 삽입곡들은 강렬하다가도 서정적으로 포의 굴곡진 삶을 표현한다.

김 감독은 "공연이 끝나고 나면 입은 셔츠에 소금기가 생길만큼 고되지만 어떤 작품보다 재미있다"며 "뮤지컬 음악감독은 단지 음악의 템포를 맞추는 사람이 아니다. 무대와 관객 사이에서 작품의 에너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연출 데뷔 전 오페라 무대 스태프를 오래 해왔던 노 연출은 음악에 대한 이해가 깊다. 또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잔뼈가 굵은 김 감독은 드라마가 좋아서 뮤지컬을 한다고 하니, 두 사람이 쿵짝이 잘 맞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음악은 우리가 표현하고 싶어하는 여러가지 감정을 표현하는 도구라고 생각해요. 너무 음악적인 것과는 오히려 거리를 두려고 하는 편이죠."(김) "작곡가나 편곡자와 감히 음악 얘기를 할 수 없거든요. 결국 드라마를 가지고 의논해야 하는데 김 감독님과 생각이 잘 맞아요. 믿고 맡길 수 있었죠."(노)

곧 베일을 벗게 될 뮤지컬 '페스트'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대목이다. 프랑스 작가 카뮈의 동명소설을 각색해 한국 대중음악사에 획을 그은 서태지의 음악을 입힌 작품이라는 것만으로도 화제를 모으고 있는 작품이다. 두 사람 모두 "부담감이 상당하지만 자신있다"고 입을 모았다. 그도 그럴 것이 6년간 작품을 개발하는 동안 수많은 스태프가 바뀌면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김성수 음악감독이다. 원곡자인 서태지로부터 편곡된 곡을 보낸 뒤 한번에 '오케이'를 받아낸 것은 그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노 연출 역시 공개된 삽입곡 리스트에서 스토리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서태지 팬들도 잘 모르는 곡이 있죠. 히트곡을 들려주기 위해 억지로 드라마를 끼워 맞추지 않았어요. 명색이 카뮈가 원작인데요. 하하."(노) "스토리와 음악이 밀접하게 연결되는 것에 초점을 맞췄어요. 그래도 관객이 섭섭할 일은 없을 거에요. 언더스코어(배경음악)나 작품 곳곳에 선물 보따리가 준비돼 있거든요."(김)

'페스트'가 기존에 있는 곡을 엮은 주크박스 뮤지컬인 만큼 음악감독은 작곡가나 다름 없는 역할을 해야 한다.
김 감독은 서태지 음악에 반전을 가할 계획이다. "제가 일렉트로닉 음악이나 디제잉도 했었기 때문에 그 노하우를 최대한 살리려 해요. 로킹(rocking)한 음악을 기대하는 분들이 많으실텐데 오히려 클래식하고 장엄한 사운드에 반전 매력을 느끼실 겁니다." 노 연출은 카뮈의 '저항과 연대'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초점을 뒀다. "남자 캐릭터를 여자로 비튼다든가 캐릭터 두 세개를 하나로 합치기도 했어요. 결국 저항을 잃고 연대를 두려워하는 지금 시대의 사람들에게 그의 메시지를 서태지의 음악으로 전해주자는 것. 그게 제 목표에요."

dalee@fnnews.com 이다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