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뒷이야기 들어보니..
'프리우스 아버지' 우치야마다, 운전자 편안한 자세에 맞춰 실내 각 부품 위치 재구성
4세대 누적판매 373만대 돌파
왼쪽부터 도요타 프리우스 1~4세대 변천사
신차 개발을 꿈꿨던 한 남자가 있었다. 그는 나고야대학을 졸업한 후 도요타에 입사했지만 15년동안 느릿느릿 승진했고, 40대 후반이 되도록 신차개발부 근처에도 가질 못했다. 그러던 어느날 그가 제2 차량 개발부 부장으로 임명됐다. 경험이 없으니 오히려 편견이 없을 것이란 회사의 기대 때문이었다. 이것이 '프리우스의 아버지'가 된 우치야마다 다케시 도요타 현 회장이 당시 꿈에 그리던 신차 개발부에서 일하게 된 뜻밖의 계기였다.
당시 그에게 주어진 과제는 '21세기를 대비해 도요타를 대표할 최고의 차'를 만드는 것. 미국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날개 돋친 듯 팔리던 그때 당시 토요다 에이지 회장은 석유가 고갈될 미래를 걱정하고 있었다. 우치야마다는 이 프로젝트를 위해 보디, 섀시, 구동계, 엔진 등의 기술자를 모아 10명의 팀을 꾸렸다.
일반적으로 신차를 개발할 땐 이전 세대 차종의 규격이나 사양을 밑바탕으로 삼지만 이들에겐 그럴 수도 없었다. 우치야마다와 엔지니어들은 운전자가 가장 편안해할 자세부터 찾았다. 그리고 여기에 맞춰 안팎 디자인과 패키징을 정했다. 패키징의 중심은 차를 조종할 운전자로, 운전자가 시트에 앉았을 때 지면에서부터 엉덩이까지의 높이인 '히프 포인트'를 시작으로 실내 각 부품의 위치를 전면 재구성했다. 당시만 해도 인간공학의 개념은 희박한 편이었지만 도요타는 오롯이 운전자에게만 집중했다.
이들은 또 1994년 말부터 반년 동안 80개의 하이브리드 설계안을 낱낱이 검토했다. 엔진으로 발전하고 전기 모터로 바퀴를 굴리는 방식까지 아울렀다. 그 결과 두 개의 전기 모터를 쓰는 방식이 좋겠다고 결론내렸다.
이렇게 1세대 프리우스는 1997년 연말 탄생하게 됐다. 세계 최초의 양산 하이브리드 자동차였다. 프리우스는 라틴어로 '앞서가는'이라는 뜻이다.
프리우스의 판매는 처음엔 더뎠지만 나날이 가속을 붙여갔다. 꾸준히 진화도 거듭해 지난해 연말 4세대로 다시 태어났다. 프리우스는 지난 4월 말 기준 누적판매 373만대를 돌파, 세계 최다 판매 하이브리드 모델로 등극했다.
nvcess@fnnews.com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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