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세계 경제사에서 고성장의 대표적인 나라였던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파고에 갈팡질팡하고 있다. 국토의 절반 이상이 파괴된 6·25전쟁의 잿더미 속에서도 온 국민의 일치단결로 눈부신 경제발전의 꽃을 피웠지만 선진국 문턱에서 주춤하고 있다. 과거 50년간 우리 경제를 고도성장의 반열에 올려놓았던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는 추동력을 잃어가면서 근본적인 혁신의 기로에 섰다. 기업들도 '파괴적 혁신'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경영환경에 직면해 있다. 지난 1월 스위스의 휴양지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의 화두도 '제4차 산업혁명'이었다.
디지털과 융합에 기반한 유비쿼터스,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유전공학 등 새로운 산업들이 경제질서를 주도할 것이라는 데 세계의 리더들은 깊이 공감했다. 국내 10대 그룹도 하나같이 올해 경영화두는 '변화와 혁신'으로 정했다. 그리고 한국 경제의 미래와 새로운 경제질서를 이끌 차세대 재계 리더들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이들은 혹독한 경영수업을 거쳐 본격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지만 창업주나 선대 회장과는 구별되는 자신만의 경영철학과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파이낸셜뉴스는 미래 한국 경제를 대표할 차세대 재계 리더 7명의 면면을 조명해 봤다. <편집자 주>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의 내실 강화 경영이 올 들어 빛을 발하고 있다. 정 회장은 꾸준히 기회를 엿보다가 실행에 옮기는 '뚝심 경영'을 그동안 펼쳐왔다. 급하게 서두르기보다는 차근차근 내실을 다지다가 투자에 나서는 식이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매출 5조6540억원, 영업이익 4360억원을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난해와 비교해 총매출 16.4%, 영업이익이 20.2% 늘어난 것이다. 신규점의 매출기여도는 지난해 5.0% 수준에서 올해 13% 수준으로 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 출발도 좋았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1·4분기에 유통기업 중에서 유일하게 거래총액, 순매출, 영업이익이 모두 두자릿수 신장을 기록, 침체된 백화점 업계에서 보기 드문 '트리플 더블'을 달성했다.
정 회장은 "기본으로 돌아가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성장전략을 적극적으로 실천해 저성장을 정면돌파해 나가자"며 "기업의 위기는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의 실패보다 현실에 안주할 때 찾아온다"고 강조했다.
현대백화점의 올해 공격적인 경영은 지난 몇년간의 내실 다지기 덕분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정 회장은 2007년 12월 취임한 뒤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했다. 현대백화점은 부채비율이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52.8%로 경쟁사와 비교해 절반 수준인 데다 현금성 자산이 풍부한 것으로 평가된다.
경기 김포와 인천 송도에 있는 프리미엄아울렛 2개와 동대문시티아울렛, 판교와 디큐브시티에 있는 현대백화점 2개 등 신규점들은 수익이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4월에는 송도에 프리미엄 아울렛을 열었고 하반기에는 서울 송파구 가든파이브에 도심형 아울렛을 열 예정이다. 정 회장은 송도 프리미엄 아울렛 개장과 관련해 "송도국제도시의 강점을 살려 글로벌 수준의 이국적인 매장을 조성, 송도 주민들을 위한 라이프스타일 공간을 조성하라"고 직원들에게 주문하기도 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백화점카드의 모바일 간편결제서비스인 'H월렛'의 차별화된 서비스를 부각시키면서 월 4만명씩 가입자를 모으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모바일 결제서비스는 롯데나 신세계에 비해 출발은 늦었지만 차별화에는 성공했다는 평가다. 정 회장은 "기업 성장을 위해선 경쟁자가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차별화된 핵심역량을 강화해 나가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며 "현대백화점그룹이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고 유통시키면서 고객들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일련의 과정을 냉정하게 평가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강점(핵심역량)은 최대한 활용하고 약점은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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