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세계 경제사에서 고성장의 대표적인 나라였던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파고에 갈팡질팡하고 있다. 국토의 절반 이상이 파괴된 6·25전쟁의 잿더미 속에서도 온 국민의 일치단결로 눈부신 경제발전의 꽃을 피웠지만 선진국 문턱에서 주춤하고 있다. 과거 50년간 우리 경제를 고도성장의 반열에 올려놓았던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는 추동력을 잃어가면서 근본적인 혁신의 기로에 섰다. 기업들도 '파괴적 혁신'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경영환경에 직면해 있다. 지난 1월 스위스의 휴양지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의 화두도 '제4차 산업혁명'이었다.
디지털과 융합에 기반한 유비쿼터스,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유전공학 등 새로운 산업들이 경제질서를 주도할 것이라는 데 세계의 리더들은 깊이 공감했다. 국내 10대 그룹도 하나같이 올해 경영화두는 '변화와 혁신'으로 정했다. 그리고 한국 경제의 미래와 새로운 경제질서를 이끌 차세대 재계 리더들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이들은 혹독한 경영수업을 거쳐 본격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지만 창업주나 선대 회장과는 구별되는 자신만의 경영철학과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파이낸셜뉴스는 미래 한국 경제를 대표할 차세대 재계 리더 7명의 면면을 조명해 봤다. <편집자 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역대 최대 규모 쇼핑테마파크인 '스타필드 하남'의 명칭을 직접 지었다. 1조원을 투자해 오는 9월 경기 하남에 문을 여는 스타필드 하남은 '신세계의 미래'라고 불릴 정도로 역대 최고의 프로젝트다. 부지면적 11만7990㎡에 연면적이 45만9498㎡(지하 4층~지상 4층)로 세계 최대 백화점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신세계 부산 센텀시티백화점(41만7304㎡)보다 10%가 더 넓다. 쇼핑과 레저, 엔터테인먼트 콘텐츠가 결합된 스타필드 하남에는 백화점, 이마트 트레이더스, 쇼핑몰, 스파, 키즈 테마파크 등이 들어선다
정 부회장은 "국민소득이 높아지면서 레저 등을 겸한 쇼핑, 이른바 체류형 쇼핑수요가 커지는 점을 감안해 쇼핑테마파크를 구상했다"면서 "앞으로 향후 유통업의 경쟁상대는 테마파크나 야구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부회장의 경영스타일은 '소통 경영'이다. 정 회장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일반 소비자들에게 회사의 신제품을 수시로 직접 소개한다. 신사업장의 명칭을 직접 짓거나 아이디어를 내기도 한다. 최근 개장한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의 콘셉트도 정 부회장의 아이디어가 담겼다. 면세점 매장에는 놀이시설에서나 볼 수 있는 회전그네와 미술관의 예술작품들이 곳곳에 배치됐다. 정 부회장이 '세상에 없던 면세점을 만들겠다'고 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이마트의 가정간편식 '피코크'는 정 부회장이 론칭 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직접 소개하는 등 많은 공을 들이고 있어 그룹 내에서는 '정용진표 가정간편식'으로 불리기도 한다. 신세계의 유통혁신은 '이마트 비밀연구소'가 이끌고 있다. 정 부회장은 자신의 사무실도 이마트 비밀연구소라고 소개할 정도다.
신세계그룹은 앞서 피코크를 국민 대표 브랜드로 키우기 위해 비밀연구소를 만들었다. 비밀연구소를 통해 제품의 안전성과 함께 맛, 디자인 등에서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것이다. 서울 성수동 이마트 본점 9층에 문을 연 '피코크 비밀연구소'는 총면적 476㎡로 테이스트 키친의 조리 및 시식 기능을 갖췄다.
정 부회장의 야심작인 모바일 간편결제시스템인 'SSG(쓱)페이'도 지난해 7월 서비스에 들어간 이후 올해 3월까지 가입자수 140만명을 넘기면서 안착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유통업체 중에선 가장 빠른 성장세다. 정 부회장은 "유통업계는 물론이고 전 산업분야에서 업종과 채널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산업환경이 시시각각 변하는 등 불확실한 시대에 직면해 있다"고 강조해왔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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