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세계 경제사에서 고성장의 대표적인 나라였던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파고에 갈팡질팡하고 있다. 국토의 절반 이상이 파괴된 6·25전쟁의 잿더미 속에서도 온 국민의 일치단결로 눈부신 경제발전의 꽃을 피웠지만 선진국 문턱에서 주춤하고 있다. 과거 50년간 우리 경제를 고도성장의 반열에 올려놓았던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는 추동력을 잃어가면서 근본적인 혁신의 기로에 섰다. 기업들도 '파괴적 혁신'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경영환경에 직면해 있다. 지난 1월 스위스의 휴양지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의 화두도 '제4차 산업혁명'이었다.
디지털과 융합에 기반한 유비쿼터스,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유전공학 등 새로운 산업들이 경제질서를 주도할 것이라는 데 세계의 리더들은 깊이 공감했다. 국내 10대 그룹도 하나같이 올해 경영화두는 '변화와 혁신'으로 정했다. 그리고 한국 경제의 미래와 새로운 경제질서를 이끌 차세대 재계 리더들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이들은 혹독한 경영수업을 거쳐 본격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지만 창업주나 선대 회장과는 구별되는 자신만의 경영철학과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파이낸셜뉴스는 미래 한국 경제를 대표할 차세대 재계 리더 7명의 면면을 조명해 봤다. <편집자 주>
조현준 효성그룹 사장은 전략본부장, 섬유·정보통신PG장을 맡으며 지난해 효성의 사상 최대실적 달성을 이끌어냈다.
조 사장이 섬유PG장으로 부임한 2007년 이후 효성의 섬유사업부문은 현재 전체 영업이익의 40% 이상을 차지할 만큼 가파르게 성장해왔다. 여기에는 끊임없는 기술개발을 이끌며 글로벌 마케팅기법을 더한 조 사장의 공이 크다는 평가다. 특히 국내 최초로 자체개발에 성공한 스판덱스 '크레오라'는 프리미엄 브랜드로 육성해 세계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조 사장은 고객 중심의 마케팅활동을 통한 브랜드 가치를 강조해왔다. 이에 효성은 고객사와 함께 개발한 원단을 세계 유명 브랜드 및 유통업체에 소개하는 크레오라 라이브러리, 크레오라 워크숍 등 고객중심의 마케팅활동을 펼쳐왔다. 크레오라가 단시간에 세계 최고의 브랜드로 성장한 것은 이 같은 노력 덕분이다. 조 사장은 2013년부터는 이전 3년간 연속 적자를 기록하던 중공업사업부문을 총괄했고, 이듬해 143억원의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에는 약 152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등 중공업부문을 효성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탈바꿈시켰다. 조 사장은 중공업부문을 본격적으로 맡으면서 "무리한 수주는 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수익성 위주의 제품을 선별 수주하고, 원가절감 혁신활동을 강화했다.
조 사장은 기존의 중전기기 판매 확대 외에도 빅데이터, 정보기술(IT)을 융합해 글로벌 토털 에너지 솔루션 공급업체로 도약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 2014년 프랑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전력 학술회의인 국제 대전력망 학술회의(CIGRE)에서 그는 "전력사업과 사물인터넷 두 부문의 융합을 통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글로벌 전력망(Grid)의 신뢰성을 높여 빅데이터를 활용한 글로벌 송배전 분야의 토털 에너지 솔루션 공급업체로 세계시장을 선도하게 될 것"이라고 효성의 중공업사업분야 비전을 밝히기도 했다.
조 사장은 1971년 국내 민간기업 최초로 기술연구소를 설립한 조석래 회장의 기술에 대한 집념과 철학을 이어받았다. 효성의 미래는 결국 남들과 차별화된 기술을 갖고 있는지 여부가 핵심이라고 그는 생각해 왔다. 조 사장은 이를 효성의 핵심적인 DNA로 삼고 앞으로 폴리케톤과 탄소섬유의 성공적인 수익 창출과 자리매김까지 기술적인 지원에 집중하고 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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