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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헤쳐나갈 미래 리더-문화산업] "한류 대표주자 키우자" 영화·드라마·음악산업 큰 손들

저성장의 끝없는 위기감 속에 문화산업이 새로운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른바 '한류'는 중국, 동남아를 넘어 전 세계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유럽의 10대 소녀가 엑소, 샤이니, 빅뱅 등 아이돌 이름을 줄줄 외우고, 이들의 콘서트에 참석하기 위해 몇 시간이나 길거리에서 기다리는 것은 이제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다. 중동과 아프리카에서까지 한국 드라마가 높은 인기를 누릴 정도로 한류는 이미 우리 경제의 핵심으로 성장했다. 한류를 통한 국가 이미지 제고는 치열한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상품이 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소프트파워가 글로벌 경쟁력의 핵심이 되는 시대에선 더욱 그러하다. 저성장시대를 헤쳐나갈 문화산업계의 미래 리더들을 만나본다.

[저성장 헤쳐나갈 미래 리더-문화산업] "한류 대표주자 키우자" 영화·드라마·음악산업 큰 손들
지난 4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 아레나 공연장에서 열린 'KCON 2016 아부다비' 콘서트에 참석한 현지 한류 팬들이 K팝 공연을 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정태성 CJ E&M 영화부문 대표, 명량·베테랑 등 제작 영화마다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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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성 CJ E&M 영화부문 대표

CJ E&M 영화사업부문을 이끌고 있는 정태성 대표(52)는 '문화 제국'으로 도약하려는 CJ그룹의 선봉에 서 있다. 메이저 투자배급사 대표 중 유일한 영화인 출신인 그는 미국 UCLA에서 동아시아학과 중국어학을 전공하고 1994년 영화사 백두대간을 통해 충무로에 뛰어들었다. 이후 부산국제영화제 수석운영위원, 쇼박스 상무, 스카이워커 대표 등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CJ E&M과는 지난 2012년부터 인연을 맺었다.

영화 제작에 탁월한 감각을 갖춘 것으로 정평이 나있는 정 대표는 '광해, 왕이 된 남자'(2012년)를 시작으로 '명량'(2014년), '국제시장'(2014년), '베테랑'(2015년) 등 최근 1000만 관객을 동원한 흥행영화를 줄줄이 탄생시켰다. 또 2013년 '설국열차'를 한국 최초로 전 세계 167개국에 선판매했고, 올해 '아가씨'도 한국영화 역대 최다 국가 판매기록인 176개국에 선판매하는 성과를 올렸다.

정 대표가 최근 주목하는 것은 한국영화의 세계 무대 진출이다. "한국 영화시장이 뿌리라면 중국시장은 현재, 동남아 시장은 미래"라고 밝힌 정 대표는 중국을 비롯해 동남아 등 글로벌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2012년 국내 최초로 인도네시아 직배사업을 시작한 CJ E&M 영화사업의 글로벌 진출은 최근 본궤도에 올라섰다. 중국판 '수상한 그녀'인 '20세여 다시 한번'은 역대 한·중 합작 최고흥행작으로 등극했고, 내년에는 중국판 '베테랑'과 '장수상회' 외에도 윤제균 감독의 한·중 합작 SF코미디 영화 '쿵푸 로봇'이 개봉될 예정이다.

■김우택 NEW 총괄대표, 첫 드라마 '태후' 수출 효과만 1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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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택 NEW 총괄대표

미디어 콘텐츠 그룹 NEW는 올해 TV드라마 '태양의 후예'로 대박을 쳤다. 그것도 첫 드라마 제작에서 '만루 홈런'을 날렸다. NEW를 이끄는 수장은 지난 1998년 메가박스 인수를 주도하며 메가박스와 쇼박스 대표를 역임한 김우택 총괄대표(52). 그가 대기업이라는 안전한 둥지를 떠나 지난 2008년 직원 4명만 데리고 시작한 것이 NEW다. 작지만 강한 회사로 자리잡기 시작한 NEW는 2012년 '내 아내의 모든 것'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에 이어 2013년 '7번 방의 선물' '변호인' '신세계'를 내놓으며 명실상부한 영화계 '강자'로 떠올랐다.

CJ, 롯데, 쇼박스 등 덩치 큰 경쟁자를 누르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이후 제작한 '허삼관' '대호' 등이 이렇다 할 성과를 올리지 못하며 부침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오히려 영화사업뿐만 아니라 음악·공연 등으로 사업부문을 확장했고, 2014년 12월에는 중국 화처미디어의 투자를 받으며 본격적으로 중국시장으로 보폭을 넓혔다.

그러다 올해 130억원의 제작비를 동원해 사전 제작한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대박을 터뜨리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태양의 후예'를 통한 직간접적인 수출 효과가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될 정도로 대단한 성과를 올렸다. 김 대표는 '태양의 후예'에 이은 차기작으로 인기 미국 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Criminal Minds)' 리메이크를 골랐다. '아이리스' 제작사인 태원엔터테인먼트와 '크리미널 마인드'의 판권을 가지고 있는 미국 ABC 스튜디오, 디즈니 미디어 디스트리뷰션 등이 사업 파트너다.

■서정 CGV 대표, 터키업체 인수.. 스크린수 세계 5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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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 CGV 대표

지난 2012년부터 CJ의 극장사업을 이끌고 있는 서정 CGV 대표(56)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해외 시장이다. CGV 대표를 맡은 뒤 글로벌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는 서 대표는 문화산업이 진정한 미래산업으로 성장하려면 글로벌 경쟁력이 필수라고 보고 있다.

CGV는 현재 한국, 미국, 중국 등 전 세계 339개 극장에서 운영 중인 2632개 스크린을 2020년에는 12개국 1만여개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이 중 전체 스크린의 80%와 매출의 65%를 해외에서 확보함으로써 명실상부한 글로벌 극장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다.

CGV는 최근 터키 극장사업자 마르스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면서 스크린 수 기준 세계 5대 극장 반열에 올라섰다. 그러나 서 대표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잘라 말한다. 1위 기업인 중국의 완다가 보유한 9500여개의 스크린과 비교하면 4분의 1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서 대표는 터키를 중국에 이어 성장잠재력이 큰 영화 시장으로 지목하며 큰 공을 들이고 있다. 터키는 최근 5년 동안 연평균 박스오피스 성장률이 약 20%로 높지만 1인당 연간 영화관람 횟수는 0.9회로 성장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 서 대표는 최근 서울 여의도CGV에서 열린 '영화산업 미디어포럼'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하지 않으면 (극장 산업의) 미래는 없다"며 "CGV는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그리고 터키 등을 교두보 삼아 아시아는 물론 유럽, 중동으로 시장을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신원수 로엔 대표, 국내시장 60% 차지한 음원 '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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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수 로엔 대표

'멜론'을 앞세워 음원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로엔엔터테인먼트 신원수 대표(53)는 샐러리맨 성공 신화의 주인공이다. 1989년 한국이동통신 공채 1기인 그는 1997년 이름을 바꾼 SK텔레콤에서 음원사업을 주도했다. 콘텐츠사업본부 뮤직사업팀 부장으로 시작해 갓 마흔을 넘긴 나이에 상무로 초고속 승진했다.

'멜론'은 그가 상무 시절 탄생시킨 새로운 음원 플랫폼이다. 소리바다와 벅스뮤직이 양분했던 음원 시장에서 단기간에 치고 올라가며 음원의 유료화를 시장에 안착시켰다. 월정액과 다운로드 서비스를 통해 디지털 음악 시장에 상륙한 로엔은 YBM서울음반까지 인수하며 명실공히 음원 시장의 최대 강자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로엔엔터테인먼트로 이름을 바꾼 서울음반 대표로 2008년 자리를 옮긴 신 대표는 40대 중반 나이에 국내 최대 음원 업체의 수장이 되는 신화를 썼다. 이후 로엔의 지분 상당수가 홍콩계 사모펀드에 넘어갔지만, 당시 시가총액 3000억원 규모의 기업을 2년 만에 2조원대 거대기업으로 성장시켰다.
'멜론'은 한달 평균 500만 이용자에게 25억곡의 음악을 제공하며 국내 음원 시장 60%를 점유하고 있다.

신 대표는 음원 시장의 확실한 위치를 바탕으로 최근 중국판 넷플릭스 르티비(Letv)와의 제휴, 스타쉽엔터테인먼트·에이큐브 등 알짜배기 연예기획사 인수, 멜론쇼핑 등 플랫폼 다각화를 시도하고 있다. 또 카카오가 최대 주주로 등장하면서 플랫폼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도 그만큼 넓어졌다.

yjjoe@fnnews.com 조윤주 이다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