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 두 번 울리는 '압박면접'
상황 대처 능력 본다지만 도 넘는 사례 비일비재
면접관 '우월한 권위'에 기업 이미지 나빠지기도
#. 취업준비생 이모씨(28)는 지난달 국내 굴지의 건설업체 면접장의 기억만 떠올리면 울화가 치민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서류전형을 통과한 이씨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면접에 임했지만 뜻밖의 상황에 말문이 막히고 만 것. 면접관들은 초반부터 "저놈, 여자 잘 꼬시게 생겼다"며 이씨의 외모를 비하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이씨는 "수준 떨어지는 면접관들 사이에서 '노리개'가 된 듯한 좌절감을 느껴 더 이상 면접에 집중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른바 '스트레스면접'으로 불리는 기업의 압박면접이 인신공격과 인권침해성으로 변질되는 경우가 잦아 '갑질'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압박면접은 면접관이 자신의 우월적 권위나 상황을 내세워 여러 가지 어려운 면접 상황에서 면접자의 대처능력들을 파악하는 면접 기법이다. 가뜩이나 최악의 취업난에 허덕이는 취업준비생들이 모독성 압박면접을 겪으면서 취업 의지는 물론 자존감마저 꺾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3일 재계와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에 따르면 올해 채용기업 10곳 중 7곳은 면접에서 지원자의 가족, 연애 등의 사적인 질문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개인사 관련 질문을 하는 이유로는 '인성을 파악하는 방법이라서'(54%)가 첫 번째로 꼽혔다. 다음으로 '입사 후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46%), '가치관을 파악하기 위해서'(37%), '조직 적응력을 파악하기 위해서'(32%), '평상시 모습을 알기 위해서'(31%), '편안한 답변을 이끌어내기 위해서'(30%) 등의 이유였다.
이들 기업의 40%는 사적인 질문에 답변하는 것에 따라 평가에 불이익을 주거나 탈락시킨 경험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이런 사적 질문 대부분이 직무역량과는 관련성이 적다는 게 문제다. 지원자가 힘든 상황에 부딪혔을 때 대처능력을 파악하려는 게 압박면접의 목적이지만 도를 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직무와 관련 없는 대표적인 사적 질문에는 '부모의 수입' '이성교제 시 첫경험' '낙태 경험' '외모 비하' '성차별' 등을 들 수 있다.
이런 압박면접은 기업의 이미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취준생 권모씨(28)는 "채용 과정만 봐도 한 기업의 사내 문화를 느낄 수 있다"며 "어떤 곳은 탈락해도 따뜻한 문자와 소정의 면접비까지 챙겨주는 세심한 배려를 하는 반면, 어떤 곳은 끝까지 아랫사람 대하듯 무시로 일관하는데 그런 기업 이미지는 잊혀지지가 않는다"고 말했다.
임민욱 사람인 팀장은 "업무와 관련 없는 사적인 질문은 평가의 공정성을 저해하고 사생활 침해의 위험성도 높다"며 "이로 인한 불쾌감이 기업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면접관들의 소양교육부터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km@fnnews.com 김경민 최갑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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