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이례적 수사 요청.. 솜방망이 처벌로 근절 안돼
경찰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사망 루머 유포사건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30일 증권가에서 퍼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사망관련 '지라시'(사설 정보지)에 대해 서울지방경찰청에 수사 의뢰 진정서를 낸 데 따른 것이다. 그동안 이 회장 사망설을 담은 지라시는 여러 차례 유포됐지만 삼성이 직접 수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 측은 "내용이 악의적일뿐더러 계열사 주가가 요동치는 등 문제가 심각하다"고 했다.
문제는 이런 일이 빈번한데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건희 사망설'만 해도 작년 4월과 재작년 4월 두 번이나 소문이 돌았다. 그때마다 삼성 계열사 주식이 급등락했다. 최근에는 화학.방산 매각을 필두로 시작된 삼성그룹 재편을 놓고 각종 시나리오가 난무했다. 일부 정보지는 실제 현실화되면서 언론이 관심을 갖기 시작, 지라시가 기사를 낳고 기사가 또다시 지라시를 낳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정부 당국은 매번 "배후에 이를 이용해 돈벌이를 하려는 세력이 있는지 밝히겠다"고 했지만 말뿐이었다.
증권가 정보지의 부작용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인터넷 기술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발달은 허위정보가 미칠 파괴력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키웠다. 내용에 따라 멀쩡한 기업이 도산 위험에 빠지고, 개인들은 인격살인을 당한다. 일부 연예인은 허위 사실에 고통을 받다가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 이건희 회장 사망설 같은 허위정보는 투자자에게 막대한 손실을 입힌다. 자본시장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는 심각한 문제다.
이에 비해 정보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장치는 별로 없다. 19대 국회에서도 사이버 명예훼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려 했지만, 인터넷 이용자와 카카오톡 등 SNS 제공업체의 반발로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경찰이 허위정보 작성자나 유포자를 색출하기도 쉽지 않은 데다 찾아낸다 해도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직접 사건을 맡기로 한 것은 잘한 일이다.
필요하다면 정보 유통경로를 조사하고, 금융거래 내역을 확인하기 위해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도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 당국이 헛소문을 퍼트려 부당한 수익을 얻는 행위를 강력 단속해 법의 심판대에 세우겠다는 강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 징벌적 손해배상 등 처벌 강화방안도 고려해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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