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을 맞은 서울시내 한 대학교 도서관에 학생들이 남아 취업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 서울소재 대학에 재학 중인 정모씨(27)는 여름방학이 시작되자마자 토익 학원에 등록했다. 지난 5월 새롭게 바뀐 토익유형에 대비해야겠다는 판단에서다. 내년 초 졸업을 앞두고 있는 정씨는 이번 방학에는 목표점수인 930점을 돌파해야한다고 밝혔다. 이씨는 “바뀐 유형으로 시험을 본 친구들이 난이도가 더 어려워졌다고 이야기하는 탓에 불안해졌다”며 “웬만큼 유명한 강사 수업에는 100~200명씩 몰려 수강신청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 방학기간 금융회사 인턴에 합격한 대학생 이모씨(25·여)는 “이번에 정규직 전환이 안 되면 곤란해진다”며 “이번 방학은 인턴 업무에만 올인할 생각”이라고 털어놨다. 인턴기간이 종료되면 성과에 따라 정규직 전환여부가 결정돼 매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두 달간의 인턴기간에 인생이 달렸다”고 덧붙였다.
대학교들이 여름방학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인 ‘취업전쟁’도 시작됐다. 졸업을 앞둔 학생은 물론 대학교 1, 2학년 학생들도 방학을 활용해 자격증, 인턴, 대외활동 등 학기 중에 하지 못한 스펙 쌓기에 몰두하고 있다.
■"방학에 누가 쉬나. 고향집도 못 내려가"
각 대학교 기숙사는 방학인데도 학생들로 북적인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고향집에 내려가는 대신 학교에 남아 취업 준비하는 방법을 택한 것.
강원대학교에 재학중인 남모씨(24·여)는 “방학은 쉬라고 있는 것이 아닌 것 같다”면서 “대부분 집에 내려가지 않고 가더라도 일주일 정도로 짧게 다녀온다”고 이야기했다.
방학에 마음껏 쉬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로는 경제적인 문제가 꼽힌다. 홍익대학교에 재학중인 김모씨(26)는 비싼 시험 응시료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멈출 수 없다고 밝혔다. 김씨는 “토익스피킹 시험을 한 번 치르는데 7만7000원씩 드는데 보통 두, 세번씩은 봐야 점수가 나온다”며 “학원비에 교재 값까지 생각하면 취업을 위한 공부 이외에 남는 시간에는 돈을 벌어야한다”고 털어놨다.
■취준생 절반은 공무원 시험 준비
방학 시작과 함께 노량진 고시촌으로 향한 학생들도 있다. 불안정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이른바 ‘공시족(공무원시험준비생)’의 길을 선택했다. 지난 3일 한국고용정보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4세 청년 취업준비자 중 공무원 시험준비를 하고 있거나 경험이 있는 경우는 47.9%, 25∼29세에서는 53.9%에 달했다.
취업준비생 두 명중 한 명꼴로 공무원시험을 경험하고 있는 것.
그러나 공무원 취업의 좁은 문을 뚫기는 쉽지 않다. 지난 5일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자사 회원 88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89%가 공무원 시험에서 불합격했다고 응답했다. 방학을 이용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왔다는 대학생 이모씨(27)는 “7급에서 9급으로 눈높이를 낮췄는데도 점수가 나오지 않는다”며 “졸업 후에도 공무원 시험준비를 계속해나가야 할 것 같다”고 계획을 밝혔다.
golee@fnnews.com 이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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