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책을 읽읍시다] "네 남자친구는 살인자" 여자친구 앞으로 온 편지

리버스(미나토 가나에 / 비채)

[책을 읽읍시다] "네 남자친구는 살인자" 여자친구 앞으로 온 편지


"네 남자친구는 살인자다". 어느날 갑자기 여자친구 앞으로 온 익명의 편지. 그 한 통의 편지로 그럭저럭 행복했던 일상에 독이 스민다.

'고백'으로 300만 독자를 사로잡은 미나토 가나에가 내놓은 신작이다. '리버스(Reverse)'라는 제목처럼, 편지를 받은 주인공 후카세가 과거를 되짚어가며 비밀을 밝혀내는 미스터리물이다. 치밀하고 탄탄한 구성과 전개에 충격적 반전으로 유명한 작가답게 제목부터 '반전'을 암시했다.

평범한 직장인 후카세는 한 통의 편지를 받고 대학시절 불의의 사고로 친구가 죽은 사건을 되짚어간다. 아직 대학생이던 3년 전, 후카세와 네 명의 세미나 수업 동기들은 같이 여행을 나섰다. 다소 강압적인 자신만만한 무라이, 교사라는 꿈을 가진 모범생 아사미, 리더형 다니하라, 다정하고 따뜻한 히로사와.

여행 중 불의의 사고로 히로사와가 짧은 생을 마감하고, 친구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그날 일에 대해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럴리 없다고, 나는 무죄라고, 억울하다고 생각해왔지만 뭔가 모를 죄책감을 안고 살아왔다. 그렇게 가슴에 묻은 사건이 한 장의 편지로 수면 위로 올라오자 '이제 그 일을 고백할 때가 온 것일까'라는 생각이 후카세를 움직인다.

최근 방한한 작가는 이 소설에 대해 "오랫만에 입술을 앙다물고 데뷔 시절의 마음으로 쓴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 책에서는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 일인칭 여성 화자를 버리고 남자 주인공을 화자로 세우는 새로운 시도도 했다. 화자가 바뀌면서 기존 작품과는 분위기도 달라졌다. 남자친구들 간의 우정을 비롯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 과거와 현재와의 관계, 그리고 작가가 끊임없이 천착해온 테마인 '복수와 속죄' 이야기도 더욱 촘촘해졌다.

보통 여성이 질투심이나 시기심이 많고, 감정적인 반면 남성은 남을 크게 의식하지 않고 대범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시기심이나 질투심 많은 남성도 많다. 속에 많은 것을 쌓아놓고 내색하지 않을 수 있다는 데 작가는 초점을 맞췄다.
소설 속 후카세도 멋있는 영웅 스타일이 아닌 여리고 자신감도 없는 그저 그런 평범남이다. 작가는 특히 '본인 친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를 생각하면서 이 책을 읽어볼 것을 추천했다. 어렸을 때 친구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흔히 생각하지만 사실은 전혀 모르고 있을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이 소설을 끌고나가는 핵심 질문이다.

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