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그림산책] 이대원 '과수원'

色이 폭발하는 '피안의 세상'

[그림산책] 이대원 '과수원'

한국 수묵화의 거장 청전 이상범 선생은 '농원' 시리즈로 유명한 풍경화가 이대원(1921~2005)의 작품을 가리켜 '서양물감으로 그린 동양화'라고 평한 바 있다.

이대원은 작품 전부가 자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끊임없이 자연을 대상으로 하고 자연과 교감하며 그 근원에 근접하기 위해 수없이 같은 대상을 새로운 작품으로 그려왔다. 주말이면 파주의 과수원을 찾았던 그의 작품은 대담한 운동감과 속도감이 담긴 붓질과 강렬하고 선명한 색채를 기반으로 살아있는 자연의 감동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일견 점묘법과 야수파를 연상시키는 그의 화폭에 공존하는 미세한 선과 거대한 붓놀림은 사실 칸딘스키의 점, 선, 면과 같은 맥락에서 전통적인 한국 수묵화의 선례를 따른 것이다.


이대원은 동양화 기법을 도입하며 명암법과 원근법을 배척하고 동양화에서 산과 나무를 표현하는 점묘법의 응용, 바위 표면을 그리는 준법의 역동적인 선의 표현을 연구하며 특유의 독자성을 구축했다.

작품 '과수원' 역시 많은 나무들이 산을 이루는 과정에서 원색과 보조색이 미묘하게 혼합되며 나타나는 폭발적인 색채가 돋보이는 수작이다. 이렇게 이대원 화백은 선과 점의 조형성과 빛을 그리기보다 데생하는 그만의 기법을 통해 우리를 눈앞에 보이는 풍경 그 너머 리얼리즘의 피안(彼岸)에 있는 평화로운 세상으로 인도하고 있는 것이다.

변지애 K옥션 스페셜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