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벤자민 브리튼의 작품.. 서울시오페라단이 원어 공연
아이 잃은 여인의 치유 그려.. 여성 배역도 남성이 소화
오페라 '도요새의 강'에 등장하는 미친 여인과 여행자, 뱃사공.
창작 오페라와 바로크 시대 오페라를 선보이며 새로운 시도를 거듭해온 서울시오페라단이 또 다시 도전에 나선다. 바로 '현대 오페라 시리즈'다. 첫 작품은 20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작곡가 벤자민 브리튼(1913~1976)의 '도요새의 강'으로, 28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개막했다.
국내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유럽에서는 비교적 자주 공연되는 현대오페라 작품이다. 잃어버린 아들을 찾아 헤매던 실성한 한 여인이 강에 이르러 뱃사공, 여행자, 수도승 등과 만나 위로를 얻고 치유받는 과정을 그린다. 국립오페라단과 서울오페라앙상블이 각각 1997년과 2013년에 '섬진강 나루'라는 제목의 한국어 번안 작품을 공연한 적은 있지만 원어로는 이번이 처음이다.
오페라 장르 자체도 어려운데 난해한 현대 작곡가의 오페라라니. 이같은 편견에 대해 이건용 서울시오페라단장은 단언한다. "벤자민 브리튼의 작품부터 시작한다면 오페라의 재미를 느낄 겁니다." 이 단장은 "브리튼은 자신의 감성을 십분 활용하는 작곡가"라며 "특히 '도요새의 강'은 한국 관객들과 정서적 교감을 이룰 수 있는 작품이다. 오페라가 재미없다는 오해를 깰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곡가가 영국 출신임에도 이 작품은 동양적 색채가 강하다. 음악의 선율 자체도 동양적이지만 출연자가 모두 남성이라는 점이 독특하다. 일본 전통극 노(能)에서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남녀 배역 구별 없이 전부 테너, 바리톤, 베이스 등 남성 성부로 구성돼 특유의 장중하고 깊은 음색을 만끽할 수 있다. 여성 배역을 맡은 테너도 카운터 테너처럼 여성적인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자기 본연의 목소리로 노래한다.
이번 공연에서 '미친 여인' 역은 테너 서필과 양인준이 번갈아 맡는다. 이 밖에도 바리톤 공병우, 성승욱, 베이스 김영복 등이 출연한다. 오페라 전문 연출가 이경재가 연출을 맡았고, '섬진강 나루'를 지휘했던 구모영 천안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가 음악을 이끈다. 공연은 31일까지.
dalee@fnnews.com 이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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