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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산책] 남관 '추상(2)'

동양의 정서, 고대의 전설

[그림산책] 남관 '추상(2)'

근대부터 현대에 걸쳐 있는 작가 남관(1911~1960)은 광복 직후 귀국 때까지 일본에서 활동하며 기반을 닦다 1954년 파리로 이주해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서울과 파리를 왕복하며 작품활동을 했다. "나는 오직 내가 하고자 하는 작업의 심화만이 나를 실망, 비애, 고독에서 구제해주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한 남관은 15년간 파리에서 겪은 생생한 기록을 바탕으로 동양의 정서와 고대의 전설을 주제로 한 추상화를 제작해왔다.

그의 작품 속 형상들은 6.25라는 비극적 체험에서 비롯된 정신적이고 상징적인 표현이다. 또 시간과 공간 및 역사의 표상을 내재하고 있는 것들이다. 동양적 심성의 내면적 시각과 정신적 표현성이 주는 은밀하고 매혹적인 색상은 1960년대 중반부터 읽을 수 없는 문자성 혹은 동양적 문자성의 화면 창조 또는 콜라주 형상으로 구축돼 갔다.

나아가 그는 석기시대 유물 또는 고분 출토의 청동 유물을 연상시키는 조형 형상과 사람의 해골에 연관된 '마스크' 연작을 선보였다.
이경성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은 "그의 작품의 본질인 색채의 감도나 투명한 주체감각은 이러한 그의 조형정신이 돋보이는 것이며 그의 예술의 근원에는 비타협성과 고독성이 자리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남관은 두 개의 전쟁, 즉 2차 세계대전과 6.25전쟁을 체험하며 많은 시체와 부상자를 목도했다. "그들의 일그러진 얼굴과 몸은 나에게 대낮의 태양에게 비로소 노출된 고대 사원의 벽에 헐려진 돌과 같이 보였다"고 말한 그의 작품에는 치밀하고 철저한 화가의 성품과 함께 세련된 색감, 선과 형태의 교착에서 오는 오묘한 평면구성이 국제적 감각과 어우러지고 있다.

변지애 K옥션 스페셜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