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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박인비> "내 자신의 한계에 도전한다는 심정으로 올림픽에 임했다"

<인터뷰-박인비> "내 자신의 한계에 도전한다는 심정으로 올림픽에 임했다"
박인비. 사진출처 :-ⓒGettyimages/이매진스
"어떤 성적이 나올 지는 저도 몰랐어요. 다만 제 한계에 도전한다는 생각으로 올림픽에 출전했습니다."
116년만의 올림픽 여자 골프에서 값진 금메달을 목에 건 박인비(28·KB금융그룹)의 올림픽 출전의 변이다. 22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골프코스에서 막을 내린 2016 리우올림픽 골프 여자부 경기에서 최종합계 16언더파 268타로 우승한 박인비는 대회를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올 시즌 부상으로 스윙이 흐트러졌기 때문에 스윙을 잡는 것에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박인비는 왼손 엄지 부상으로 올 시즌 부진한 한 해를 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랭킹 5위로 올림픽 국가대표 자격을 획득한 상태였다. 그러나 쉽사리 출전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차일피일하던 결정은 최종 엔트리 확정일인 7월 11일에서야 내릴 수 있었다. 박인비는 "그때 주위에서 '다른 후배 선수에게 기회를 주는 게 더 낫지 않겠느냐'라는 조언이 있었다"고 회상하며 "사실 나도 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웠다"고 힘들었던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 보았다.

박인비는 스윙을 잡기 위해 스윙 코치인 남편(남기협씨)의 외조도 부족해 남편의 선배에게까지 도움을 요청했다. 그리고 그 특훈은 효과를 보았다. 박인비는 "스윙이 잡히면서 버디 기회도 많이 생겨 자신감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그것은 대회 마지막날 여실히 입증되었다. 박인비의 이날 아이언샷 그린 적중률은 자그만치 80%나 됐다. 거기에다 주특기인 퍼트까지 호조를 띠면서 그야말로 전성기에 버금가는 기량을 과시했다.

그렇다고 몸 상태가 완전히 좋아진 것은 아니다. 박인비는 "사실 부상 후유증이 아직도 있다"며 "원하지 않는 동작도 자주 나오고 거리도 줄었다"고 털어 놓았다. 그는 이어 "결과를 떠나 후회 없는 올림픽을 치르고 싶었다"면서 "'한계에 도전한다'는 올림픽 정신에 맞게 겸허한 자세로 임했더니 좋은 성적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박인비는 마지막으로 "한동안 부진했지만 여전히 좋은 골프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골프 선수로서 모든 것을 이룬 지금, 다음 목표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박인비는 "올림픽은 큰 목표였다. 올림픽 말고는 다른 것을 생각해볼 여력이 없었기 때문에 모든 열정을 쏟아 부었다. 완벽한 컨디션으로 치러야 한다는 중압감과 압박감이 있었다"며 "한 달 동안 굉장히 긴장하고 혹사시켰다. 몸에 남아 있는 에너지가 없는 기분이다.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우선은 건강해지고 싶다"라고 밝혔다.

그는 올림픽 출전을 결정하기까지 가족들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박인비는 "무엇보다 가족들이 올림픽에 나가주길 원했다. 나가서 못 치면 돌아올 게 뻔했기 때문에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내가 조용한 스타일인데 큰 용기였던 것 같다"며 "'올림픽에 나가지 않으면 욕은 안먹을테니까 포기할까'라고 생각도했는데 비겁한 생각이었다. 골프선수로서 올림피언으로서 자격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한번 부딪혀보자 하고 출전했다. 그리고 부딪힐 때 덜 아프게 준비를 많이 했다"고 힘들었던 지난 시간을 뒤돌아 보았다.

밤잠을 설치며 응원해준 국민들에 대한 고마움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많은 분들의 응원이 힘이 됐다. 그런 응원의 힘이 전달이 되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기운으로 홀에 자석이 있는 것처럼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과 올림픽 중 힘든 과정을 극복하고 거두었다는 점에서 올림픽 우승이 더 기쁘다는 박인비는 "올초 시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울었던 게 마지막이었다. 남편한테 프로포즈 받았을 때도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며 감동의 순간에 눈물을 보이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