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16 리우올림픽 여자 기계체조에서 4관왕(단체전, 개인종합, 도마, 마루)에 등극한 시몬 바일스의 별명은 '흑진주'다. 145㎝의 작은 키임에도 흑인으로서는 접근 자체가 드물었던 기계체조에서 '4관왕 등극'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묵묵히 해냈기 때문이다. 고강도 체조훈련에 매진해 이 같은 편견을 깬 바일스는 처음 출전한 올림픽에서 무려 5개의 메달을 획득해 '기계체조계의 흑진주'라는 명성을 이어가게 됐다.
#2. 국민대표 간식인 라면은 노르웨이에서 '미스터 리'로 불린다. 미스터 리가 노르웨이 라면시장 점유율의 95%를 차지하는 등 노르웨이 시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어서다. 미스터 리를 개발한 노르웨이 최초 한국인 이민자인 이철호 회장은 매운맛에 익숙지 않은 노르웨이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라면을 만들고자 수차례 개발을 시도, 결국 '국민 라면'이라는 타이틀을 얻으며 교과서에까지 소개됐다.
한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분야를 모색하는 '무한도전'. 바일스와 이철호 회장이 보여준 '도전정신'과 '개척정신'은 급변하는 현 사회에서 꼭 필요한 시대정신으로 꼽힌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의 최근 투자동향을 살펴보면 이 같은 무한도전 정신을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 6월 2일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국내 총투자율은 전분기 대비 1.3%포인트 하락한 27.4%를 기록할 정도로 기업들의 현실안주 움직임이 뚜렷하다.
투자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새로운 먹거리에 도전하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주춤해지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기업들이 한 곳에만 안주하려는 '갈라파고스(Galapagos.고립) 증후군'에 빠진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무한도전'으로 신시장 개척
스포츠경기에서 무한도전 정신은 종종 회자돼왔다. 우리나라에서 종목조차 생소했던 '스키점프'가 그 예다. 하정우 주연의 영화 '국가대표'에 소개된 한국 스키점프 대표팀은 지난 1993년 창단된 이후 온갖 역경에도 불구하고 승패와 상관없이 올림픽에 4차례 출전하는 의지를 보였다. 해외에서도 이처럼 '한계'에 도전하는 선수들이 부지기수다. 올해 리우올림픽 참가로 7번째 매달 사냥에 나선 기계체조 선수 옥사나 추소비티나는 올림픽 사상 '최고령' '최다' 출전 선수다. 지난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 첫 출전한 이후 이번 올림픽에서는 기계체조 기술 중 최고난도인 '프로두노바'를 시도하는 등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한계에 도전한 국내기업 중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한경희생활과학의 스팀청소기'다. 평범한 맞벌이주부였던 한경희 대표는 청소 중 "스팀다리미에 대걸레 봉을 달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 최초로 스팀청소기를 개발하면서 연매출 1000억원을 달성했다. 전문지식은 없어도 숱한 시도 끝에 강소기업으로 발돋움하는 성공신화를 달성한 셈이다.
■'갈라파고스 증후군'에서 탈피해야
국내 기업들의 무한도전 실종 문제가 향후 성장에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크다.
국내외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시장 불안정성이 높아지자 기업들이 활발한 투자보다는 현 상황에 안주하려는 갈라파고스 신드롬에 갇히게 됐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가 각종 규제를 완화해 기업들이 새로운 시장에 도전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국민대학교 백기복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들의 도전을 독려하려면 정부가 최소한의 규제를 통해 기업들이 마음껏 시도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줘야 한다"며 "황우석 박사의 논문조작사건으로 줄기세포분야 연구가 중단된 것처럼 특정 일로 관련분야 자체에 대한 도전이 사라지는 환경도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조창원 팀장 박지영 윤지영 장민권 한영준 김가희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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