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원화 가치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1개월 간(7월13일~8월11일) 세계 주요국 통화 중 원화는 두 번째로 그리고 브렉시트 개표 직전인 6월23일 대비로는 세계에서 3번째로 가치 상승 폭이 크다. 이러한 빠른 원화 가치 상승의 배경을 살펴보자.
가장 큰 이유는 미국 금리인상 지연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단기간 내(혹자들은 2016년 연내에도)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환율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금리인상 지연은 달러가치 상승을 억제할뿐더러 신흥 금융시장과 신흥국의 환율을 안정시켰다.
둘째, 이러한 미국 금리인상 지연 컨센서스가 형성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2월 전후의 국제 금융시장 불안과 6월의 브렉시트가 크게 기여했다. 세계 금융시장 불안과 경기둔화의 가능성은 미국 금리 인상 지연의 당위성을 만들었고, 주요국들의 확장적인 통화정책의 명분이 되었다.
셋째, 2016년 하반기는 미국의 대통령선거가 예정되어 있는 시기라 정치적인 변수들도 미국의 금리인상 단행이 쉽지 않을 것이란 기대를 갖게 했다.
넷째, 지난 2월 국제유가의 저점(WTI 기준 배럴당 약 26달러) 확인 또한 신흥시장 환율 절상에 기여했다고 판단한다. 국제유가의 최저점을 지난 상황이라 추가적인 신흥 자원국(예로 브라질, 러시아 등)의 불안 요인은 한 동안 없을 것이란 시장의 기대를 가능케 했다.
다섯째, 한국의 원화는 중국의 위안화 환율과 동행성이 강한 데 중국의 외환시장 안정(지난 2월 중국 인민은행의 환율 개입과 그 이후 외환보유액의 안정)이 한국의 원화절상에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여섯째, 미국 금리인상 지연 기대와 브렉시트 이벤트는 세계적으로 풀린 돈들이 유럽이 아닌 새로운 위험자산 투자처를 찾게끔 하는 계기가 됐다. 외국인들의 한국 주식시장 순매수 기조가 원화 절상을 가파르게 만들었다. 한국 주식시장의 저평가 매력이나 혹은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 기대감 등 보다는 글로벌 유동성 풀림과 투자 대안이라는 측면이 외국인 매수의 본질이라고 판단한다.
일곱째, 연속되는 경상수지 신기록 행진이 영향을 미친 한국 신용등급 상향 또한 추가적인 원화 절상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을 자극할 수 있었다. 또한 1100원/달러이라는 연중 최저점과 심리적인 임계점의 하향 돌파는 기업들의 보유 달러 매도나 혹은 환헤지 수요를 자극하게 할 수도 있다.
주식시장과 마찬가지로 외환시장도 유동성 랠리를 즐기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경계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판단한다.
먼저 작용에는 반드시 반작용이 따른다. 자산가격의 오버슈팅은 위로도, 아래로도 가능하다. 지난 2월까지의 국제 유가 하락을 기억해 보자. 배럴당 26달러까지 빠른 속도의 국제유가 하락은 이후 50달러까지 두 배에 가까운 빠른 반등을 만들어냈다. 원.달러 환율 하락속도가 최근까지 매우 빨랐다는 것은 이후 환율 상승 속도 또한 평균적인 수준 이상으로 나타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위에 언급한 여러 가지 원화 절상 요인을 단 한마디로 표현하면 '미국 금리인상 지연 기대감 때문'이다.
조만간 연내 미국 금리 인상에 대한 의견들이 늘어나게 된다면 위의 7가지 환경들은 모두 정반대로 움직이게 된다.
셋째, 8년 주기의 미국 정권교체기, 특히 대선 당시의 환율 급변동은 벌써 3번(1992년, 2000년, 2008년 대선 당시)이나 경험했다. 이번 미국 대선 또한 환율 변동과 시기를 같이 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이 시간 핫클릭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