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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옥·최은희 '납치스캔들' 38년만에 만나는 진실

다큐영화 '연인과 독재자' 9월 국내에서도 개봉

신상옥·최은희 '납치스캔들' 38년만에 만나는 진실

어느날 소리없이 사라진 당대 최고 여배우. 그 뒤를 따라 종적이 묘연해진 유명 감독. 수많은 소문 속에 실종된 이들이 8년만에 나타나 증언하는 북한의 납치. 그리고 납치 사건의 전말이 담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육성 테이프.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여배우 최은희와 영화감독 신상옥 부부의 납치 스캔들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연인과 독재자(The Lovers and the Despot·사진)'가 9월 국내 개봉한다.

'연인과 독재자'는 1960년대 한국 영화계를 주름잡던 슈퍼스타 커플의 납치 실화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세간의 화제를 모았던 두 사람의 로맨스에서부터 북한으로의 납치, 그리고 목숨을 건 탈출까지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특히 영화 속에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생한 육성으로 전하는 납치사건의 전말이 담겨 있어 올해 초 선댄스영화제에서 첫 상영될 때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아왔다.

영화 속에서 최은희는 "남편이 남한으로 돌아가면 우리 얘기를 믿지 않을테니 증거가 필요하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몰래 녹음한 내용"이라고 증언했다.

신상옥과 최은희는 1952년 결혼한 뒤 영화 '성춘향'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등 다수의 영화를 제작하며 당대 최고 영화 커플로 불렸다. 하지만 사업의 어려움을 겪던 중 홍콩을 들렸던 최은희가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고, 그를 찾으러 간 신상옥 역시 행방이 묘연해지면서 '세기의 납치 스캔들'로 떠올랐다.

1983년께 두 사람이 함께 제작한 '소금' '불가사리' '돌아오지 않는 밀사' 등의 영화를 통해 북한 체류 사실이 확인됐고, 1984년 국정원은 "신상옥 감독과 영화배우 최은희가 북한 공작원에게 강제 납북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후 8년만에 끝내 목숨을 건 탈북에 성공한 신상옥과 최은희는 북한의 납치와 탈출 사실을 밝히며 그 증거로 8년간의 기록이 담긴 테이프들을 내놨다.


이 영화를 만든 로버트 캐넌과 로스 애덤 감독은 "이 사건을 들었을 때부터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 여전히 너무 많은 진실이 감춰져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말했다.

올해 초 선댄스영화제에서 화제를 모았던 '연인과 독재자'는 제66회 베를린국제영화제를 비롯해 제70회 에든버러국제영화제, 제42회 시애틀국제영화제 등에도 공식 초청돼 전 세계 관객들을 만났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