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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산책] 최욱경 '무제'.. 새로운 색채의 에너지

[그림산책] 최욱경 '무제'.. 새로운 색채의 에너지
최욱경 '무제'

요절한 비운의 추상화가 최욱경(1940~1985)의 작품은 자유분방한 붓질과 강렬한 원색의 대비가 특징이다. 그는 서울대 미대를 졸업하고 도미해 1960년대 전후 세계 미술사의 중심이었던 뉴욕의 강렬하고 대담한 추상표현주의의 영향을 받았지만, 동시에 이로 인한 허무감으로 말년에는 우리의 서예와 민화를 연구해 단청 같은 한국적인 색을 사용하는 실험적 시도를 거듭한다.

1976년에는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뉴멕시코에 체류하며 율동성이 살아있는 곡선과 노랑, 분홍, 파랑 등 밝고 부드러운 색채를 활용하기도 했던 그는 "나의 작품들은 단순히 무엇을 설명하려는 것이 아닌 내가 살아온 순간의 경험들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려는 시도"라고 말하곤 했다.
그는 결국 이방인으로서 한국 아방가르드로 지칭되는 행위미술이나 설치작업, 단색화, 민중미술을 떠나 추상표현주의라는 거대한 흐름을 자신만의 화풍으로 재정립한 천재 예술가로서의 삶을 살았다.

미술사학자인 고 김미경 교수는 "좋은 가정환경과 최고의 교육 배경, 우수한 두뇌를 지닌 예술가 최욱경은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모순된 현실과 싸우며 캔버스에 스스로의 모습을 투사했던 인물"이라고 평했다. 자신의 천재성이 한국 미술계에서 소외되는 현실에 부딪히며, 미국에서는 아시아인이자 여성이라는 소수의 예술가로서 지배·통제·굴복이라는 개념에 저항했던 그의 작품은 오늘날에도 새로운 색채처럼, 혹은 명암처럼 우리에게 충격과 에너지를 전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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