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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법원, '스테이오더' 승인에 한숨 돌린 정부... 하역비 조달이 관건

지난 9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뉴저지 소재 연방 법원이 한진해운 선박에 대한 압류금지 조치(스테이오더)를 승인함에 따라 미주 노선 한진해운 선박은 당분간 가압류 부담에서 벗어나 입항과 하역이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11일 자정부터 LA 롱비치 항만 인근에 대기 중인 한진 그리스호를 시작으로 선박 4척도 순차적으로 롱비치 터미널에 입항해 하역을 재개한다. 미국 법원이 한진해운 선박의 스테이오더 수용으로 급한 불은 껐지만, 남아 있는 숙제가 적지 않다.

한진해운 관리 선박인 41척의 하역 정상화를 위한 자금 1700억원(추정치) 조달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한진해운 발 물류 대란 해소에 발목을 잡고 있다.

해양수산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압류금지 조치가 승인됨에 따라 이날 자정부터 한진 그리스호를 시작으로 한진 보스턴호, 한진 정일호, 한진 그디니아호 등 선박 4척이 차례로 LA 롱비치 터미널에 입항해 하역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사태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사안이지만 이제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조금씩 잡혀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미국 외에도 일본과 영국의 경우 압류금지 조치가 발효됐고, 싱가폴에도 압류금지 잠정 조치가 발효된 상황이다. 정부는 다음주 초부터 독일, 스페인 등에도 신청할 계획이다.

앞으로 선적화물의 하역정상화를 위해 집중적으로 관리해 나가야 할 선박은 41척이다.

한진해운이 보유한 컨테이너 97척 중 20척은 하역을 완료했으며, 36척은 국내 항만으로 복귀토록 유도했다. 하역이 완료된 20척은 국내 항만 10척을 비롯해 중국, 베트남, 중등 등 해외 항만에 10척이다.

하지만 하역 협상을 완료한 미국내 4척을 제외하면 하역비 문제가 남아 있어 압류금지 조치가 발효되더라로 실제 짐을 내릴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이들 선박이 짐을 내리는데 드는 비용은 1700억원으로 추산된다.

물류대란 해소를 위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인 보유중인 주식을 담보로 대출받아 400억원을, 대한한공이 600억원을 부담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대한항공은 600억원을 빌려주고, 이후 한진해운이 보유한 롱비치터미널 지분을 담보로 설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사외 이사들이 배임소지 등을 이유로 담보부터 취득해야 한다고 제동을 걸면서 600억원의 지원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조양호 회장이 오는 13일까지 4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했지만 이 돈으로 세계 곳곳에 발이 묶인 한진해운 선박의 운항이 재개될지는 미지수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당초 자금 지원의 시급성을 감안해 선 지원 후 담보로 즉시 진행하고자 했으나, 배임 등 법적 문제 관련 장시간 토의 끝에 담보 확보 및 후 지원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한진해운은 롱비치터미널 지분 54%을 가지고 있으나 기존에 담보 대출을 받았던 6개 해외 금융기관 및 또 다른 대주주인 MSC(46% 지분) 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지만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부 역시 하역비 조달이 관건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법원, 관계부처와 협력체계를 구축해 한진해운, 한진그룹, 채권단 등과 적극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또 한진해운을 이용하려던 대기화물의 운송 지원을 위해 대체선박 투입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기존에 투입된 베트남(1척), 마닐라(1척), 미주노선(4척) 외에도 유럽노선(9척), 동남아(9척)을 추가로 투입한다.

정부는 선적화물과 선적 대기중인 화물에 대한 수요자 입장이 반영된 화물정보시스템을 보완해 이날부터 정상 가동해 1대1 케어서비스를 제공토록 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화주들이 자신의 물건이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또 물건을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 등에 대한 화물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한진해운의 비상대응팀은 선주협회 등 유관기관이 참여토록 즉시 확대 개편하고, 24시간 언제나 통화가 가능한 연락처를 제공해 국내 화주 뿐만아니라 해외 화주들의 불안감을 해소해 나가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운송차질로 인한 납품 클레임 등으로 일시적인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의 경우 중소기업청 등을 통해 긴급경영안정자금 등 유동성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11일 서울 서린동 무역보험공사에서 주형환 장관 주재로 긴급 수출애로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한진해운 법정관리에 따른 수출입 물류부문 애로해소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수렴된 애로들을 유형별·지역별로 분류, 전담인력을 배치하고 실제 화주입장에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이날 점검회의에서 컨테이너선 운송 비중이 높아 피해 우려가 컸던 가전·기계·타이어·제지 업계는 업종별로 직면하고 있는 수출물류 애로요인을 설명하고 비상대응반이 애로해소를 위한 실질적 창구 역할을 해주기를 촉구했다.

또 복합운송주선업체들은 "거점항에 하역한 이후에 다시 최종 목적지까지 수송하려면 비용부담이 크게 증가하기 때문에 한진해운 협력업체, 수출중소기업에 지원되는 긴급경영안정자금 등을 복합운송주선업체에게도 지원해줄 것"을 건의했다.

주형환 장관은 "이번 사태를 조속히 타개하기 위해서는 한진해운 임직원 여러분들의 협조가 절실히 필요하다"며 한진해운 대주주에게는 책임있는 모습을 계속 보여줄 것을 당부했다.

ssuccu@fnnews.com 김서연, 안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