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페인 통해 안전의식 제고" vs. "운전 중 휴대폰 사용 금지처럼 규제해야"
선진국을 중심으로 ‘스몸비(스마트폰과 좀비의 합성어)’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법률적 규제를 적용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스몸비, 즉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길을 걷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사고 위험도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일부 기업들이 나서 보행 중 스마트폰 자제를 촉구하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스몸비들의 인식 개선 효과가 눈에 띄게 나타나지 않는다는 지적과 함께 일각에서는 미국의 일부 주(州)처럼 스몸비에 대한 과태료 부과 등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현행법상(도로교통법) 운전 중 휴대폰 사용이 금지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스몸비는 사람들의 스마트 기기 사용 문화여서 문화 캠페인으로 줄여가야 한다는 주장과 법률적 규제를 통해서라도 위험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서울시와 경찰청은 연말까지 강남역과 홍익대·연세대 앞 등 5개 지역에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 위험을 알리는 교통안전표지와 보도부착물을 설치하는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사진=서울시
■"어린이 5명 중 1명은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
11일 미래창조과학부와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지난 2011년 437건이던 ‘스마트폰 보행 사고’는 2015년 9월 현재 848건으로 최근 4년만에 2배나 급증했다. 또 교통안전공단이 2013년 12월 ‘스마트폰 사용이 보행안전에 미치는 위험성’을 연구하며 수도권 거주민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중 95.7%는 걸으면서 1회 이상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었다. 게다가 5명 중 1명 이상은 보행 중 스마트폰을 사용하다가 사고가 날 뻔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당시에 보행 중 스마트폰 용도가 메시지 전송이나 음악 감상이었다면, 최근엔 모바일 동영상을 감상하는 이들이 더 늘어났을 것이란 게 업계 분석이다. 사실상 눈과 귀를 막고 길을 걷는 이들에 대해 ‘스마트폰 좀비’라는 신조어까지 붙은 실정이다.
특히 최근엔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어린이가 늘어나면서 ‘스좀비 키즈’까지 늘어나고 있다.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가 지난 5월 서울 초등학생 53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생활체감 어린이 안전실태조사’결과에 따르면, 어린이 5명 중 1명은 걸으며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서울의 한 개인택시 운전자는 “횡단보도를 가로 질러 뛰어가거나 도로변에서 택시를 잡을 때도 스마트폰을 쳐다보고 있는 사람이 많다”며 “경적을 울려도 모르는 경우가 많으니, 얼마나 위험천만한 행동인가”라고 말했다.
■"인명사고도 잇따라…법칙금 부과 등 규제해야"
실제 스마트폰으로 메시지를 전송하며 걷다가 다른 사람과 부딪쳐 언성을 높이거나, 지하철 계단을 헛디뎌 넘어질 뻔 한 아찔한 사례도 있다. 또 미국과 중국 등에서는 스마트폰을 보다 절벽에서 추락하거나 강에 빠지는 등 인명사고 뉴스도 잇따라 전해지고 있다.
평일에도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박모씨는 “운전 중 휴대폰으로 내비게이션을 검색했다가 범칙금을 낸 적이 있다”며 “당시 꽤 억울했던 기억이 있는데, 보행 중 휴대폰 사용자는 왜 개인의 안전의식에만 맡겨 놓는가”라고 꼬집었다. 일례로 미국 뉴저지주의 일부 시에서는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자에게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또 유럽에서는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기 위해 각종 캠페인이 펼쳐지고 있다. 독일의 경우, 도로를 걸으면서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않는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도로 바닥에 멈춤 신호 등을 설치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통신사인 AT&T와 NTT도코모 등은 걸으면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지를 감지해 경고 화면을 표시하는 애플리케이션(앱)도 개발해 보급 중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경기도 수원 디지털시티 내 건물 출입구와 횡단보도 입구 바닥 등에 ‘잠깐, 보행 중 휴대폰?잠시 멈춤!’이란 내용의 표지판을 부착했다.
■서울시, 삼성전자 등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 금지 캠페인
주요 국가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스좀비와의 전쟁’은 스마트폰 보급률이 올해 기준으로 90%를 넘어선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한국은 언제 어디서나 음악·동영상을 감상할 수 있을 만큼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와 모바일 서비스도 뛰어나다. 올바른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범국민적 인식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이와 관련, 서울시와 경찰청은 지난 6월부터 강남역과 홍익대·연세대 앞 등 5개 지역에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 위험을 알리는 교통안전표지와 보도부착물을 설치하는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서울시 도시교통본부 관계자는 “연말까지 시범사업을 실시한 후, 해당 지역의 보행 중 스마트폰 이용실태 변화와 보행자 사고 건수 등을 분석해 정식 교통안전시설물로 지정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도 최근 경기도 수원 디지털시티 내 건물 출입구와 횡단보도 입구 바닥 등에 ‘잠깐, 보행 중 휴대폰?잠시 멈춤!’이란 내용의 표지판을 세우며 ‘워크 스마트(WALK SMART)’ 운동을 실시 중이다.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가 직접 안전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한 임직원은 “통근버스에서 내려 사무실까지 걸어가며 뉴스를 검색하거나 모바일 동영상을 보는 일이 많은 데, 도로 바닥에 붙은 워크 스마트 스티커를 보면 순간적으로 ‘아차’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고 전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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