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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피셔, 그가 돌아온다

33년 함께한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이끌고 6년만에 내한
10월 10일 예술의전당

이반 피셔, 그가 돌아온다

지휘자 이반 피셔(65.사진)와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BFO)가 6년 만에 내한공연을 펼친다. 이번 공연을 이끄는 이반 피셔는 거장 반열에 올라선 세계적인 지휘자로, 일각에선 전성기의 카라얀에 빚댈 정도로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해 로열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RCO)의 베토벤 심포니 전곡 연주를 통해 국내 팬들에게 '거장이란 무엇인가'를 알려준 바 있다.

25세 나이로 런던 루퍼트 지휘 콩쿠르에서 우승한 이후 시작된 그의 지휘 행로는 굴곡없는 탄탄대로를 걸어왔다. 1983년 LA필하모닉 데뷔 무대에 이어 베를린 필, RCO, 뉴욕필,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보스턴 심포니,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등에서 객원지휘를 맡았고, 워싱턴 내셔널 심포니와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에서 수석 지휘자와 음악감독을 역임했다.

피셔는 각 악단의 전통과 강점을 부드럽게 이끌어내는 섬세한 지휘자로 평가받는다. 그럼에도 이반 피셔는 '우리 시대 가장 뛰어난 지휘자'라는 평가에는 몸을 낮췄다.

그는 파이낸셜뉴스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지휘는 지휘자의 능력이나 스타성과는 무관하다. 지휘자는 오케스트라의 협력을 위해 도덕적 책임을 다하는 자리"라며 그의 평소 원칙을 강조했다. 그는 지휘자로 입문할 당시 "작품의 구조가 중요하고 이를 굳건하게 지키는 것이 지휘자의 역할"이라는 원칙을 가슴에 담았다고 했다.

헝가리 출신인 그의 이력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에 대해서도 "가족같은 관계"라며 친밀감을 드러냈다.

1983년 BFO를 창단한 이반 피셔는 무려 33년간 BFO와 함께하고 있다. 클래식 음악계에서 드문 케이스인 피셔와 BFO의 끈끈한 관계는 시간이 빚어낸 조화로움을 묵묵히 드러낸다.

그 결과, 냉전 시기 동안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던 BFO는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을 통해 성취도를 높이며 2000년대 중반 최정상권 오케스트라 리그에 합류했다. 고전 작품에서는 급변하는 템포에 대한 민첩한 반응력과 일사분란한 합주력, 낭만주의 음악에서는 악기 하나하나의 움직임과 즉흥성, 동유럽 작품에서는 몸에 배인 선율 감각을 보여준다.

그는 "우리는 서로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어 개인적.감정적으로 통한다. 다른 오케스트라가 멈추는 시점에서 BFO는 시작한다고 할 수 있다. 단원들은 나의 기대 이상을 충족시켜주며 나도 그들에게 얼마나 요구해야 하는지 안다. 이와같은 관계가 다른 오케스트라보다 더 좋은 결과를 낳게 되는 비결이 아닐까 싶다"고 했다.


이번 공연에서 협연하는 포르투갈 출신의 피아니스트 마리아 주앙 피르스에 대해서도 "그녀는 타고난 음악가이자 뛰어난 인간미를 갖고 있다. 그녀의 친절함과 따듯한 이해심은 연주에서도 빛이 난다"고 평가했다. 이번 공연에서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들려줄 피르스는 소박하지만 담백하고 깊이 있는 해석으로 청중의 마음을 적실 예정이다. 공연은 10월 10일 오후 8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조윤주 기자